숲속을 걷는다. 아직도 캘리포니아 가을로 남아있는 낙엽을 툭툭 발로 차면서 시몬의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 영혼 속에 가득찬 생각들을 아침햇살에 고스란히 내어 놓으며 사색에 잠긴다. 늦겨울의 스산한 바람이 옷깃 속으로 스며 들어도 추위를 느끼지 않는다. 혼자 걸어도 외로움을 거머지지 않아서일까, 귀가 쫑긋이 선 산토끼도 친구가 되어주고 색깔 고운 새들은 노래하며 나에게 눈을 맞춘다. 예쁜 나무 다리 밑에선 시냇물이 졸졸졸 소리를 내며 모든 것들을 다 사랑하라고 속삭여 준다.
하이____ 굿모닝___, 생각들 사이로 막간을 이용해 건네는 아침 인사도 신선하다. 나무들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따스함으로 나를 감싸준다. 심신이 지친 사람들도 맑은 공기와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하여 부지런히 걷는다. 개들도 쫄랑쫄랑 사람들을 따라가며 에너지 충전에 여념이 없는 듯하다. 여기저기 적당한 곳을 찾아 피피도 하고 푸푸도 하면서. 어느새 일상의 복잡한 고민들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숲속에 세속의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평안함을 얻어 영혼의 휴식을 즐기기도 하지만 마음속에 살고 있는 또 하나의 내가 사색 속으로 들어와 이러쿵저러쿵 말을 걸어온다.
삶의 무대에서 얼마만큼 성실하게 살아왔는지도 묻는다. 꿈을 따라 여기까지 흘러온 내 인생의 안식처가 어디 있는지 잠깐 혼란에 빠지기도 하지만 열심히 걸을 수 있는 내 다리에 감사하고 살아있는 삶을 느끼며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사랑하기로 한다.
문득 나무 꼭대기에서 나를 향해 노래하던 새는 무슨 새였을까? 하루종일 마음속에서 뒹굴던 의문이 언제 풀릴 지 궁금한 생각이 든다. 산책이 끝날 즈음엔 괜히 펄시스터즈의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의 가락이 내 입에서 흘러 나온다.내 몸 어디선가 아침 커피가 고픈 모양이다. 두 자매가 운영하는 작고 예쁜 카페로 발을 옮겨 창가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다 고독과 마주친다. 그래도 나는 사치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은 세련된 도시에서 살아가는 행운에 다시한번 감사하기로 마음 먹는다.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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