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내게 거짓말을 했다.
여느 때처럼 학교에서 아이를 데려오면서 차 안에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물었다.
“잘 지냈니?”, “선생님 말씀은 잘 들었니?” 등등…그런데 아들이 말하기를 학교에서 선생님께 야단을 맞았다고 한다. 왜냐고 물어보니 자기가 교실에서 방귀를 뀌었는데 그것을 들은 아이들이 자신들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자신의 dirty little secret을 다른 애들에게 다 말해버린다고 했단다.
그래서 그 일이 알려지는 것이 창피해서 그 아이들이 시키는 대로 수업 중간에 교실을 뛰어다니다가 선생님께 야단 맞았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참 큰일이다 싶어 누가 그 일을 시켰는지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 일에 대해서 선생님께 이메일을 보내야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아들이 이야기를 바꾸는 것이 아닌가. 누가 자기에게 교실 안을 돌아다니라고 시킨 것이 아니라 사실은 쉬는 시간 운동장에서 다른 아이들과 게임을 하고 놀다가 상대편 팀이 자기네 팀을 놀려서 너무 화가 나 ‘D’로 시작하는 나쁜 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 그 옆에 선생님이 계셔서그 말을 듣고는 야단을 치시면서 상대편 팀에게 사과하는 편지를 쓰고 부모님의 사인을 받아오라고 했단다.
그리고는 사실대로 얘기하는 것보다는 교실에서 뛰어다니다가 야단 맞았다고 말하는 것이 내게 덜 혼날 것 같아그런 애기를 지어냈다는 말까지 보탰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이제 4학년인 아들이 이렇게 거짓말을 잘 하는지 정말 몰랐다.
그런데 문제는 아들의 거짓말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것이다. 벌써 두번째다. 한번은 학교에서 내 사인을 몰래 흉내내다가 시쳇말로 선생님께 딱 걸리고 말았다. 시험지에 부모 사인을 받아오는 것을 깜빡 잊고는 아침에 몰래 내 사인을 흉내내다가 걸린 것이다. 그나마 백점 맞은 시험지에 사인을 하다가 걸려 선생님이 그래도 좀봐주시는 듯했다.
하지만 오늘은 정말 날을 잡고 아들을 혼냈다. 초장에 거짓말의 악습을 고치지 않으면 평생 거짓말을 밥먹듯이하는 사람으로 자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어릴 적 아빠가 내 거짓말을 초장에 아주 엄하게 잡아주셨기에 거짓말을 하지 않고 진실을 말하는 것이 결국은 더 옳은 일이란 것을 느끼게 됐기 때문이다.
착한 줄로만 알았던 아들이 내게 저리도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어지럽다. 주변에서는 그러면서 크는 거라고, 엄마가 너무 무섭게 아이들을 다그치면 더 그런다고 오히려 좀 더 풀어주라고 위로를 해주긴 하지만 이래 저래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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