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녁에서 찬바람이 불어오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어떻게 하면 몸을 좀 더 따스하게 감싸 주어야 할까하는 것이다. 눈보라가 휘몰아 쳐 올 때면 영화나 책에서 보았던 털가죽으로 온 몸을 싸 감고 광활한 설원을 달리는 에스키모 인을 연상하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에스키모인들은 야성적이며 용맹 스러운 민족으로 기억 되어있다. 야생동물을 잡아먹고 그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고 살아가니 그들 나름대로 자신들의 문명을 이루고 종족을 이어 가는 지구상의 또 하나의 집단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털옷을 몸에 걸치면 경제적인 부유함의 상징으로 까지 여겨졌었다. 특히 ‘밍크 코트’ 하면 아무나 입어 볼 수 없는 선택 받은 귀부인들의 상징이었다. 그런 것이 나 같은 사람도 몇 개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니 시간 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진 지금에 와서는 옛날과 같은 취급은 받지 못하지만 그래도 그리 많은 돈을 소비 하지 않고도 소유할 수 있으니 세상 많이 달라졌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 코트들이 몇 년전부터 아무리 추어도 옷장에서 나오지를 못 한다. 기온이 떨어져 무슨 코트를 입을까하고 옷장에 들어가 보면 역시 제일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이 밍크코트 인데 차마 이, 삼십년 전과 같이 무 감각적으로 꺼내 입을 수가 없다.
나는 그 코트들을 볼 때 마다 동물 애호가들이 외치는 소리도 귀에 쟁쟁하지만 밍크 농장 좁은 공간에서 운동도 못하고 살아가는 어린 밍크들이 머리에 떠오르곤 한다.
몇 년 전 우연히 한 기록영화에서 본 밍크 농장은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유럽 특히 덴마크나 네덜란드의 많은 밍크 농장은 전 세계의 60% 정도의 밍크 가죽을 공급한다는데, 사육 방법이나 가죽을 만드는 과정이 너무나 처참해 보였다.
유럽 6000여개의 밍크 농장에서 한 해에 사람들의 방한용품, 또는 사치용품을 위해 죽어져야 하는 밍크는 대략 4천만 마리가 된다고 한다. 여기에 다른 동물들이 수백만 마리….
아주 좁은 공간에서 자란 밍크는 가죽을 남기기 위해 완전히 죽이지도 않고 실신만 시킨 상태에서 가죽이 벗겨진다.
여기서 인간들의 또 다른 면을 보게 된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 말한다. 그것은 일백조 넘는 세포와 열 일곱개의 원소로 만들어진, 서서 두발로 걷는 동물이어서가 아니라, 지성이라는 위대한 정신력이 있기에 지상의 어느 동물 보다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고 다른 동물들을 지배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렇기에 인간은 다른 동물들에게 그렇게 잔인해도 된다는 것인가. 완전히 죽여서 가죽을 벗기면 가죽의 부드러움이 덜하다 하여 실신 상태에서 처리한다고 한다. 이것이 어찌 동물에게 뿐이랴.
인간에 대해 아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람은 개 를 칭찬하게 된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이 생각 난다. 다행히도 미국은 지난 2000년 개와 고양이 가죽의 수,출입을 법으로 금지 시킨바 있다. 코트 하나 만드는데 70여마리의 밍크가 죽어야 한다니 몇 백 마리의 밍크에게 감사(?)하며 오래 오래 깊은 잠을 재우고 싶은 겨울이다.
정영희
중앙결혼/ 워싱턴 수필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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