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지와 학문서적, 사실 검증과 논증으로 하루의 일과를 빡빡히 채우는 일상을 사는 사람에게 수필쓰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거의 녹슬어 가는 생각들과 글재주를 다시 가다듬을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여성의 창’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는 친구들에게 편지글도 많이 쓰고, 일기도 곧잘 썼던 것 같은데, 어른이 되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일과 관련된 글쓰기 외에 일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과 감정이 서린 글쓰기는 게을리하게 된 것 같다.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정의(Justice)’의 저자 마이클 샌들(Michael Sandel) 교수는 “사고하면서 느끼는 혼란의 힘과 그것을 정리해야 한다는 압박이 바로 철학의 출발점”이라 했다. 생각은 언제나 떠오르는 것이고 그것 자체로는 무형으로 떠돌아 다닌다. 그런 ‘혼란의 힘’을 인지하고, 그 생각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글을 쓸 때 느껴지는 것이다. 혹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글을 쓴다. 바로 삶에 대한 혼란, 사물에 대한 물음들은 철학의 출발점이다.
논문을 쓰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머리 속에 산재하고 있는 수많은 정보와 생각들을 어떻게 하면 설득력 있고 매끄럽게 정리해낼 수 있을까? 이것이 가장 관건이다. 때로는 정리하기 전에, 머리 속에 있는 것들을 모두 쏟아내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백지를 펴 놓고 손 가는대로 써 보는 것이다. 때로는 지인들과 함께 이런저런 주제들을 갖고 수다를 떨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남에게 이야기하면서, 혹은 내가 생각했던 바를 남의 입을 통해 들어보면서 새로운 경지의, 보다 잘 정리된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인터넷은 물론 정보통신장비들이 급속도로 발달한 요즘, 남의 글을 읽기에도 바쁜 세상이지만 오늘부터라도 한줄이나마 내 삶을 밝히는 글을 쓰면서 철학자의 마음으로 되돌아가야겠다.
(스탠포드대 방문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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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영씨는 스위스 제네바 국제개발대학원 박사과정으로, 올 1월 미국에 왔다. 스탠포드대학 식량안보와 환경연구센터의 방문 연구원으로 1년간 지낼 예정이다. 인도네시아의 농업개발 및 소작농들의 노동문제를 주제로 중진국가들의 경제성장과 불평등 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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