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학교의 상징인 새더타워 (Sather Tower) 앞에 있는 벽돌로 지어진 삼단 계단이다. 그 곳에서 내 눈 앞으로는 금문교를 넘어 나의 바다라고 말하고 싶은 태평양이 보인다.
어렸을 때부터 태평양은 내게 가보지 못한 그러나 때가 되면 갈 수 있는, 때가 되면 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상징했다. 부산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까지 그곳을 떠난 적이 없던 내게 항상 익숙한 바다가 태평양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이, 그리고 그 끝에는 새로운 대륙이 있다는 사실이 늘 큰 설렘과 호기심으로 다가왔다. 저 바다 반대편에 어떤 사람들이 어떤 곳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하는 질문은 나의 마음에 “태평양 그리고 그 너머”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했다.
중학교를 보냈던 뉴질랜드에서도 내가 보는 바다는 태평양이었고, 버클리에서도 어디서든 태평양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언제나 바다를 마음에 품고 살고자 했던 삶의 목표와는 다르게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겁을 먹게 되더니 나중에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항상 먼저 주눅이 들었다. 내가 가장 작아졌던 시기는 작년이었다. 그렇게 사랑해 마지않는 태평양을 고개만 들면 볼 수 있는 곳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냈는데, 그때는 그 어느 때보다 땅을 많이 보고 다녔다. 그러다 다시 내가 바다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은 건 친구와 함께 찾은 금문교 위에서였다.
청춘의 버거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우리 둘 위로 조나던 리빙스턴 시걸 같은 갈매기 두 마리가 태평양 위를 날다 어느 순간 수평선 끝에 있던 태양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직도 닿지 못한 수많은 곳에 대하여, 언제든지 그곳에 닿을 수 있는 나 자신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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