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사람의 기쁨과 터져 나오려는 재채기는 숨길 수도 참을 수도 없다는 말이 있다. 공감이 가면서 다시금 그 느낌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말이다. 아직 말해 버리기엔 쑥쓰러운데 시도 때도 없이 티를 내는 사랑의 달콤함에 빠져도 보았고, 하필이면 입 안 가득 음식이 들어있을 때라 진땀나는 재채기도 해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보다 더 난감한 것이 있다. 피하거나 지우고 싶어도 그리 되어지지 않는 ‘내 삶의 흔적’ 말이다. 물론 잘한 것도 있겠지만 실수라는 이름으로 주렁주렁 달려 있는, 묻어 두고 싶은 부끄러운 나의 모습들.
가끔 골프를 치다가 공이 벙크에 빠져 가까이 가 보면 간밤에 모래위에서 놀다간 짐승들의 발자국이 고스란히 찍혀 있는 것을 본다. 선명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처럼 빠짐없이 남아있다. 큰 것 작은 것, 뭉툭한 것 가는것, 새 발자국 짐승 발자국, 뛰어 다닌 것 걸어 다닌 것 그리고 혼자였는지 여럿이었는지도 짐작이 되도록. 그래서 화석을 캐어 몇 천년 전의 삶을 읽을 수도 있는 것은 바로 흔적이 있기 때문이다.
내 삶의 흔적이 짐승들처럼 땅위에 찍힌다면 어떨까를 상상해본다. 색칠이 된다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아니면 내 발자국마다 소리가 난다면 나는 과연 어떤 음악을 들려주며 살고 있을까. 아찔하고 난감해질 일이다. 그렇지 않아 다행이긴 하지만 우리에게는 발자국이 찍히는 모래 대신에 얼굴이 있다. 행동이나 말 씀씀이에서 마음 씀씀이까지 다양한 모습의 흔적들이 ‘얼’의 모습인 ‘꼴’, 얼굴에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천국과 지옥으로 나누는 문 앞에서 이름과 맞는 얼굴을 찾지 못해 난리’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 것은 만들어진 얼굴이 많아졌기 때문이겠지만 어찌 되었던 우리에겐 늘 솔직한 얼굴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사랑을 하는 것은 숨길 수도 참을 수도 없다 한 말도 있으니 사랑의 흔적을 위하여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그 분이 사랑한 사람을 아무 이유없이 사랑하기가 왜 이리 어려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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