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께서는 지방에서 1년간 근무하셨다. 그 당시 전화가 없던 우리집은 편지로 서로의 안부를 전했다. 아버지의 편지 내용은 항상 맏이인 나에게 동생들을 잘 돌보아서 엄마를 많이 도와 드릴 것의 당부와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딸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가득했었다.
“ ~ 미애야,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으면 사귀어도 좋다. 만일 남자친구를 사귀려면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사귀어야 한단다.~ ” 남학생과 빵집에 같이 있기만 해도 정학을 맞았던 그 시절.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엄한 훈육으로 딸들을 다스렸지만 아버지께서는 나에게 편한 친구 같은 분이셨다. 첫딸을 향한 지독한 사랑의 표현을 나를 믿고 계시다는 것으로 정말 쿨~하게 표현하셨다. 남자친구를 만나도 좋다는 ‘자유’를 주셨지만, 나를 믿으시는 아버지께 나는 나를 더 많이 단도리하는 것으로 내 마음을 드렸다.
두 딸을 낳아 키우면서 나와 남편은 아이들과 수도 없이 많이 약속을 하고 또 지키면서 살고 있다. 특히 분명한 성격의 둘째와의 약속은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지킨다. 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린 나이일수록 부모의 아이들과의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이 아이들이 부모를 신뢰하는 것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 인간관계인 부모와 자식. 이 관계를 좋게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것은 믿음을 쌓아가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믿음의 훈련이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에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내가 사춘기를 지날 때와는 천지가 개벽할 만큼 달라진 지금. 전화도 귀하던 그때와 인터넷이 한순간에 세상을 하나로 묶어 버리고, 너무나 많은 바깥 세상으로 아이들을 불러 내는 지금. 그때는 아이들이 집에 있으면 어느 정도 안심이 되었지만 지금은 집안에 있어도 컴퓨터 앞에 있는 아이들을 마냥 믿기에는 불안하다. 폭풍 속에 마구 흔들리는 배와 같이 이 아이들의 마음이 바깥세상의 일로 흔들릴 때 잡아주는 것은 믿어주는 그 마음일 것이다. 갯뻘에 박힌 닻이 배를 굳건히 잡아주듯이… 내 아버지께서 나를 믿어 주시고 내가 그 믿음을 지키며 돌려 드렸듯이 내가 아이들을 믿고 그들은 나를 믿어 주는 그 아름다움속에서 살기를 바란다.
어디 부모 자식사이 뿐이랴! 인간 사이의 모든 관계가 이 아름다움속에서 출렁이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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