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중견 러시안 바이올리니스트와 피아니스트 연주자가 있다. 8년쯤 전에 같이 피아노 트리오 연주회를 가진 적이 있는데, 라흐마니노프, 쇼스타코비치와 같은 러시아 음악을 연주회 레퍼토리로 준비하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서로 나누고, 러시아의 음악적 정서를 배우며, 음악에 흠뻑 빠져 함께 열정적으로 연습한 기억이 난다.
그리고는 긴 시간이 지나고 얼마전 다시 함께 연주할 기회가 있었다. 오랫만에 같이 연습을 해보는데 그동안 서로의 음악이 달라진 걸 느낀다. 말없이 계속 연습을 하는데, 선율과 음색으로, 음악적 표현으로 우리는 대화를 하고 있었다. 너는 그동안 그렇게 살았니? 나는 이렇게 살았는데. 한명에게 그동안 힘든 일이 있었던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에 대해서 거의 대화는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녀는 음악으로 나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연습을 하면서 마음이 아파왔다. 나도 음악으로 대답한다.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지금은 괜찮은 거야? 긴 시간의 리허설을 하는 동안 서로 별 대화는 없었는데 마칠 때쯤이 되니 마치 밤새 이야기를 나눈 것만 같다. 그동안 서로의 몇년동안의 삶을 다 알게 된 것만 같다.
뷰티플마인드 앙상블 선생님들과 함께 모여 음악을 만들 때도 한사람 한사람의 소리가 들린다. 연주 도중에 눈을 마주치며 서로의 소리를 듣는다. 삶에 바빠서 나눌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우리는 음절에 담아 연주회장에서 동료들과 나누고 있었다.
하모니 오브 하트 장애 학생들 중에는 이제 악기를 잡은 지 몇년이 되어가면서 마음을 음악에 담아 나타내기 시작하는 학생들이 있다. 악기로 선율을 노래하면서 어떤 대화나 웅변보다도 또렷이, 음악을 통해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듣는다; ‘선생님, 저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 제 생각에 삶은 이런 것 같아요’. 평소에 담아두었던, 말로 표현할 수 없던 이야기들을 학생들은 음악의 언어로 내게 말을 건다. 그 대화에 참여하고 그들이 보여주는 때묻지 않은 맑은 세계로 초대되는 일은 커다란 특권이다.
나도 때로 힘들고, 마음이 정리가 되지 않을 때, 말로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음악으로 하나님께 이야기한다. 지나고 보니, 그 음악은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가 되었다. 그때의 내 마음을 온전히 알아주시고 응답하셨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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