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을 보낸 수원 집 맞은편에는 ‘샛별 피아노’라는 피아노 학원이 있었다. 집에서 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 곳을 지날 때마다 들리는 피아노 소리에 마음이
끌렸다.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 마음에 그 학원에 기웃기웃거리면서 연습하러 들어가는 친구들을 따라 들어가기도 했다.
그런 내 모습이 안쓰러우셨는지 부모님께서는 학원을 보내주는 대신 디지털 피아노를 사주셨다. 해머로 소리를 내는 묵직한 진짜 피아노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밥먹는 데 관심이 없을 정도로 온종일 피아노 의자에 앉아서 연습할 만큼 좋아했다. 난방비를 줄이고자 온기 하나 들어오지 않는 거실에서 손을 호호 불어가면서 피아노를 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독학으로 코드법도 익히고. 단편으로 노래도 만들면서 창작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이후로 나의 가장 큰 기쁨은 음악을 하는 것이었다. 음악은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지휘, 반주도 해보고, 합창단원으로도 활동하면서 음악으로 교감하는 그 기쁨을 누려왔다. 피아노를 치고 악기를 불면 머리 속 복잡한 생각들로부터 벗어나 선율에 온 마음을 실어 날려보내는 그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10대를 넘기면서부터 다른 관심거리들이 많아지면서 악기와 늘 함께하던 일상으로부터 멀어져 갔다. 외국여행이 잦아진 것도 한몫했다. 가끔씩 결혼식 축가나 이벤트성 연주를 하는 것 외에는 별로 연습도 하지 않았다.
메마른 일상과 감성을 다시 불러일으키고자 지난달부터 친구에게 빌린 플루트를 잡았다.
피아노를 독학했다는 자신감으로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웬만한 클래식 곡까지 연주할 수 있게 되자 아직도 음악적 감각이 식지 않았구나 안심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지 않고 계속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재미를 잃기 전에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겠다고 판단돼서, 어느날 시간을 내서 플룻을 기초부터 제대로 다잡기로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교재에 나온 몇몇 운지법이 그동안 해왔던 것과 달랐다. 그저 귀에만 의존해서 정도와 다른 운지법을 사용한 탓에 소리도 불안정하고 불기도 힘들었던 것이다. 잘못된 버릇탓에 제대로된 운지법으로 다시 불기 시작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생활도 예전과는 달라졌으니, 이번 기회를 발판으로 전문가에게 제대로 배울 기회를 한번 모색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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