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부고 소식을 통하여, 이제는 고인이 되신 분의 삶과 가치관을 뒤늦게 알게 되어 홀로 애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 김근태 전 국회의장님이 그 중 한 분이셨고, 며칠 전 소천하신 고 이민아 목사님이 또 다른 분이시다. 변호사라고 불려지시는 이 분을 자의적으로 목사님이라 칭한 이유는 사랑을 주는 이로 기억되고 싶었던, 또한 그러한 삶을 사셨던 분께 가장 알맞은 명함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이다.
고 이민아 목사님은 흔히 사람들이 시련이라 말하는, 어쩌면 그 이상인 암 투병, 실명 위기, 이혼, 아들의 죽음을 겪으신 분이다. 하지만 인터뷰에서 그 분은 오직 사랑과 희망에 대해서만 말씀했다. 생전에, 금은 뜨거운 불을 통해서야 정제될 수 있다고, 자신의 삶 역시 그런 시련들로 인해 스스로를 낮추고 겸허해지는 법을 배웠으며, 신께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 분은 받는 사랑보다 큰, 베푸는 사랑의 힘을 이미 알고 있었다. LA 지방법원 검사를 그만두고 흔히 비행 청소년이라는 교포 아이들의 변호를 맡은 이유 역시 그런 믿음의 실천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한다’는 말이 상처받은 아이들을 다시 안전한 곳으로 돌아오게 한다 했다. 진정성 있는 인터뷰 기사의 모든 구절이 절절히 와닿았는데 특히 마지막 질문인 “요즘에 하는 기도가 무엇이냐” 에 대한 답이 뇌리에 맴돈다. 고인은 “내 마음에 사랑이 강물처럼 흐르게 하소서.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긴다. 모든 죽은 것들을 살린다”라고 기도한다 했다. 온몸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말하는 그녀의 기도가 거짓이 아님을 알고 있다. 기사 하단에 조그맣게 나오는 그 분의 사진에서 그녀가 시한부 환자라는 사실을 느낄 수 없을 만큼 평온해 보였다.
나는 크리스천이 아니다. 하지만 얇은 마음으로 사랑을 말하고 다녔던, 조금이라도 나의 이익에 반하는 일이 있을 때 얼굴을 찡그렸던 나에게 참사랑(unconditional love)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깨우쳐 주셨다.
고 이민아 목사님, 당신의 하나님 안에서 영면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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