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시장에 가면 갖가지 먹거리들이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운이 좋으면 공짜로 맛도 볼 수 있다. 흥정을 잘하면 보다 싼 가격에 재료나 음식을 살 수도 있다. 특히 직거래를 하는 농산물 시장이나 수산물 시장에 가면 싱싱한 채소와 생선들을 팔러 온 농부나 어부들도 만날 수 있다. 그 곳에서 장사하시는 아주머니나 아저씨들과 즐거운 대화를 하다보면 정겨운 마음에, 사려고 생각하지 않았던 음식을 사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도시와 대 수퍼마켓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제조되고 규격화된 식제품에 보다 익숙해져 있다. 시장은 전통이 되어가고 수퍼마켓은 우리의 시장이 되어 가고 있다. 식료품에서 위생용품,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물품들을 한자리에 다 모아놓은 수퍼마켓에서는 농부나 어부, 혹은 상인과의 대화 대신, 가격 및 유통정보가 적힌 스티커를 읽는다. 오늘 새벽에 잡은 생선이나 바로 밭에서 수확한 채소 대신에 적정한 온도에 잘 보관되어 있는 포장식품, 조리식품, 냉동식품, 수입식품들을 구매한다. 깔끔한 진열장을 한바퀴 다 돌고 나면, 계산대에 도달하게 되고, 바코드에 적힌 정보에 따라 단 한 번에 계산을 마친다.
이러한 ‘수퍼마켓식 시장보기’는 어느덧 우리의 편리한 일상이 되어버렸지만, 건조한 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다행히 최근 몇 년 사이 사람들은 보다 자연과 가까운 식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이동거리가 짧은 식품, 화학물질을 전혀 첨가하지 않은 식품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농부들도 이런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고 소비자들에게 보다 가까이 가고 있는 듯하다. 아시아에는 아직 전통 재래 시장이 많이 남아있어 자신이 직접 생산한 물품들을 조금씩 들고 나와서 파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미국이나 북미, 다른 대륙 선진국들에서는 소비자들이 유기농을 선호하는 추세를 반영하듯, 조직적인 형태로 운영되는 곳들이 많다.
이곳 팔로알토에도 캘리포니아 애비뉴에서 일요일마다 파머스 마켓을 연다. 일정 자격을 가진 개인들이 직접 재배하거나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 시장에 판매하는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수퍼마켓 대신 지역에서 운영하는 파머스 마켓에 가서 사람들 틈에 끼어 시장에 퍼져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신선한 농산물과 음식들을 구경하고 사면서 농부들 이름도 물어보고 어떻게 조리해 먹으면 좋을지 대화를 나누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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