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4월이다. 봄의 내음이 나뭇가지로부터 온다. 겨우내 얼어있던 모든 만물이 꿈틀대며 기지개를 편다. 벌거숭이였던 나무에 물이 오르고 꽃봉오리가 피어나며 그 속에서 푸른 싹이 돋는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사계절에 사람도 순응하며 살아간다. 봄이 되면 왠지 희망이 있을 것 같다. 가곡 “봄 처녀 제 오시네 새 풀 옷을 입으셨네” 가 들리는 듯 하다. 모든 것이 새롭게 피어나는 계절이니 은근히 가슴이 설레인다. 어린 시절 한국에서의 봄 풍경이 생각난다. 봄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면 아녀자들이 냉이, 달래, 쑥을 캐러 바구니 들고 나간다.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누가 더 바구니에 가득 캐었나 내기 까지 하며 다니곤 했다.
“먼산에 진달래 울긋불긋 피었고, 보리밭 종달새 우지우지 노래하면 아득한 저 산 너머 고향집 그리워라 버들피리 소리 나는 고향집 그리워라”
아득한 산 너머로부터 무엇인가 올 것 같은 봄,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봄 날에 고향집이 그립고, 산에 피는 철쭉꽃도 그립다. 봄의 향기 속에서 모두들 어울려 피어나는 꽃들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향해 가는 여울목이 되었으면 좋겠다. 봄이 되면 겨울내 두껍게 입던 옷이 얇아지며 화사한 옷차림이 된다. 식욕을 돋궈 주는 봄나물, 봄동 겉절이 등 입맛을 살리는 나물들이 식탁에 오른다.
이 곳 워싱턴에도 길거리에 핀 갖가지 꽃들과 함께 벚꽃 축제로 봄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맘때면 많은 사람이 워싱턴으로 여행을 온다. 여행은 일상의 생활에서 벗어나 마음을 새롭게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봄은 생명이 피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내 어릴 때 보육원에서 사는 고아원생들이 꽤 있었다. 봄소풍은 빠질 수 없는 아이들의 즐거운 날이다. 도시락을 못 싸올 것을 대비해서 담임 선생님은 도시락 두 개 싸올 만한 아이들을 살짝 불러서 두 개를 싸오도록 배려한 것은 그 시절의 따뜻한 인정이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였다. 도시락을 두 개 싸와 나눠먹는 기쁨을 지니고 자란 아이들이 지금도 나누는 마음, 소중한 사랑으로 삶을 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봄소풍을 통해서 김밥과 계란을 나눠먹을 줄 아는 정겨운 마음을 알게 해준 것은 먼저 찾아온 봄의 따사로움이 아닐까! 나눔의 마음이 기본이 되어야 남도 배려할 줄 알고 남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다.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은 사회를 어둡고 병들게 한다.
푸르름이 생동하고 아름다운 꽃이 대지에 만발한 봄기운 속에서 꽃들은 서로 활짝 웃어주며 아름다운 교향악을 만들어 낸다. 꽃들은 서로 누가 더 예쁜가 다툼이 없다. 꽃들이 마주보고 서로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피어내듯 사람들도 꽃처럼 서로 화합하며 예쁘게 살 수는 없을까. 내 가슴에 가득한 봄처럼 이 세상도 서로를 존중하며 아름답고 화사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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