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을 노래한 영랑의 가슴속에 있던 꽃, 액자 속에 들어앉아 거실 위에서 매일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꽃,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무심히 보았던 남해의 어느 절 마당에 가득 피어 있었던 꽃, 선덕여왕이 덕만공주였을 때 당 태종으로부터 받았던 그림 속에서 벌이 없어 향기가 없는 꽃이 되어버린 꽃.
그저 봄이면 지천에 피어나는 꽃들 중 하나이려니, 그 꽃은 예쁘기는 하지만 향기가 없어서 매력이 없으려니 생각했던 모란꽃이 이 봄에는 매력있는 꽃으로 와 가슴 가득 안겼다.
아름드리 피어난 모란꽃이 너무나 예뻐서 혼자 보기에 너무 아까와 맛있는 점심까지 준비한, 모란꽃같이 예쁜 마음을 지닌 분으로부터 모란꽃맞이 점심을 대접받았다. 그분의 앞마당에선 7송이가 한꺼번에 피어나 함박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맑고 깨끗한 분홍색 겹겹이 피어난 꽃잎과 노란 꽃술의 조화, 품위있는 자태, 그리고 상큼하며 은은한 향기까지 어디하나 나무랄데 없는 꽃이다.
진한 향기였으면 실증났을 법한데 은은한 향기가 그 자태에 눈길을 더 많이 가게 한다. 그래서 설총의 ‘화왕계’에선 꽃들의 왕으로 등장하고 있나 보다. 꽃말 또한 ‘부귀’의 상징으로 여겨왔기에 신부의 예복인 원삼이나 활옷에, 선비들의 소박한 소망을 담은 책거리 그림에, 왕비와 공주와 같은 귀한 신분의 여인들의 옷에, 가정집의 병풍 속에서 늘 왈짝 피어났나 보다.
그 꽃을 보면서 ‘생김새나 마음이 넉넉한 우리 큰 딸을 닮은 꽃이구나’ 생각했다. 인간은 누구나 부하고 귀하게 되기를 원하기에 그 소원을 담아 여기저기에 모란을 피어냈듯이, 나 또한 큰 아이의 삶이 부하고 귀하게 되기를 원한다. 겉사람의 부귀함을 누리기 전에, 그 아이의 마음이 부해서 다른 사람들과 많은 것을 나누기를 원하며, 그 마음 속에는 아무리 작고 하찮게 보이는 것일지라도 귀하게 여기는 따뜻함이 자라기를 원한다. 속사람을 부하고 귀하게 키워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으로 커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다시 모란꽃에 눈길을 주었다.
아름다운 것을 같이 나누고자 했던 그분의 부한 마음이 전해지고 앞마당에 피어나는 식물 하나 하나에 담겨있는 것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모란꽃의 향기처럼 잔잔하게 감동을 준다. 감동을 주고받는 것. 우리의 주변에 너무나 많이 널려 있다. 마음이 열려 있기만 하면 얼마든지 보고 느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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