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마치 그만 살고 죽으라고 말하는 것만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기름 값, 한숨 나게 작아지거나 적어진 식료품들, 가을 학기부터 또 오른다고 하는 대학 학비, 아직 그다지 나아 보이지 않는 경제 상황과 신분 문제들 등등. 매일 매일의 경제 지표가, 이민국이 발표하는 영주권 문호 통계가 우리 삶을 지배한다. 그래서 정작 내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 사회는 우리에게 절망을 권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래서 자살을 하는 것일까. 낳고 길러 준 부모님의 목숨을 끊어 버리는 것일까. 절망의 초청에 폭력으로 분풀이 하는 사회. 그래서 우리에게 더 이상 살 소망이란 이미 바닥까지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걸까.
김해영. 척추장애로 인해 134센티미터까지만 자란 키, 아버지의 자살과 어머니의 정신질환, 돌보아야만 될 동생이 넷. 그리고 교육은 초등학교가 끝. 그때 그녀의 나이 열네 살. 남의 집 식모살이. 이만하면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이지 않는가. 뭐 대단한 인생이 될 것 같다고 살 의지를 품을 수 있단 말인가.
온통 주위를 둘러보면 만나는 사람마다, 가는 곳마다 그녀에게 좌절과 절망을 권하고 있었던 즈음.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은 내게 좌절을 권했지만 나는 희망을 찾고 싶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애를 부정적인 방식으로 풀어가지 않고 의미 있게 다시 창조해 갔던 그녀는 세계 장애인 기능경기대회에서 기계편물 부분 금메달을 땄으며, 14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봉사한 뒤, 미국으로 건너와 뉴욕의 명문 컬럼비아 대학에서 국제사회복지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좌절하지 않고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게 “말 걸기”로 표현한다. 상담치료기법 중에 이야기 치료기법(narrative therapy)이란 것이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삶 자체를 이야기로 보며, 상처, 소외, 분노, 절망, 슬픔, 억압, 고통 등 우리가 경험한 것들을 삶의 전체 틀 속에서 분석하고 다시 재해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하여, 내 안에 고통스러운 상처들을 주었던 이야기들은 희망의 이야기로 전환되고 재창조된다. 이런 의미에서 김해영씨가 이름 붙인 “자기 인생에 말 걸기”는 이야기치료 기법과 매우 유사하다고 하겠다. 상처받은 과거와 절망하고 있는 현재에 그대로 머물러 있지 말고, 그것들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미래를 향하여 나가는 것이다.
우리 각 자의 삶의 모양은 다 다를 것이다. 다른 사람처럼 잘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고, 내 앞이 캄캄하여 도무지 실낱같은 희망조차 없을지라도 여전히 남은 우리의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붙들고 끈질기게 “말 걸어” 보자.
김해영씨는 또한 이렇게 말한다. “엄마에게 매 맞고 자란 기억, 아버지의 죽음이 내겐 다이아몬드다. 거기에 빚을 지고 있다.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그 상처와 아픔의 힘으로 내가 계속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좌절을 권하는 세상, 이것을 뒤엎으면, 상처와 아픔 속에서도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우리 모두에게 주기를 기다리는 세상과도 같다고 할 수 있지 않을 까.
공짜로 얻은 다이아몬드보다 깊은 고통 속에서 끌어올린 다이아몬드가 훨씬 더 값질 것이다. 다만, 우리가 이 과정을 축복이라고 여길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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