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끊는 것 어렵지 않아요. 나는 수천번 끊어봤어요.”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둘째가라면 서러운 애연가 트웨인은 나름대로 흡연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었다. “잠잘 때는 절대 담배를 피우지 말 것, 그리고 잠에서 깨면 절대 참지 말 것.” 줄담배를 피웠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아무리 마크 트웨인이라도 지금 시대에는 이런 자랑, 이런 농담을 하기가 좀 어려울 것 같다. 20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담배연기를 훅 뿜어내는 모습이 매력의 상징처럼 보였지만 21세기가 된 지금, 흡연자는 ‘미개한 사람’ 이미지를 넘어 거의 ‘죄인’ 수준으로 내몰리고 있다.
공공건물 실내에서의 흡연이 금지돼 일하다가도 건물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는 옹색한 처지가 되더니 이제는 승진에서도 밀려나게 되었다. 삼성전자가 최근 공표한 내용이다.
며칠 전 삼성전자는 부품사업 부문 3만 여 직원들에게 “앞으로 흡연자는 임원 승진, 해외 주재원이나 해외 연수자 선발 시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승진 대상자 혹은 주재원 후보들 간 인사평가 점수가 비슷할 경우 흡연자는 0순위로 밀려날 것이라는 말이다.
이같은 정책을 도입한 배경은 물론 ‘임직원의 건강이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생각. 하지만 사내 금연을 이렇게까지 강제해도 되는 건가에 대해 논란이 없을 수 없다. LA의 한 직장인의 말이다.
“어이가 없습니다. 근무 중에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도 아닌데
단지 흡연자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다니요? 흡연자는 아예 입사를 하지 말라는 말 같습니다.”
실제로 한국에는 입사 때 금연을 약속해야 들어갈 수 있는 기업도 있다. 이랜드 그룹이 그런 예이다.
지난 1990년대까지만 해도 흡연에 너그럽던 한국이 요즘에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대단히 강경한 금연정책을 펼치고 있다. 1995년 캘리포니아가 모든 실내작업장 내 흡연을 금지할 때만 해도 한국에서는 어디 가나 담배연기였다. 미국에서 눈치 보며 담배 피우던 흡연자들이 한국에 가면 ‘흡연자의 천국’이라고 좋아했을 정도이다. 지금도 한국의 식당이나 술집에서는 여전히 담배를 피우지만 직장 내 금연고삐는 날로 강하게 조여들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금연기업은 금호그룹과 포스코. 금호 아시아나 그룹은 1986년 한국 최초로 사내 금연 캠페인을 벌였고, 1991년 모든 사업장에 금연 정책을 도입했다.
금호그룹이 이처럼 금연운동에 열성적인 이유는 회장 가족의 병력과 상관이 있다. 박인천 창업주가 젊은 시절 폐병을 앓은 적이 있고, 장남인 박성용 전 명예회장도 폐가 좋지 않아 결국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동생 역시 폐암으로 사망했다. 박 전 명예회장은 생전에 “담배를 피우고 안 피우고는 개인의 권리이지만, 흡연자를 승진시키지 않을 권리는 나에게 있다”는 말로 ‘금연’을 밀어붙였었다.
포스코의 정준양 회장 역시 2009년 취임 직후부터 강경한 금연정책을 밀고 나가는 데 그 역시 한 직원이 흡연으로 목숨을 잃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세상에는 병행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있는데 ‘담배 피우며 직장 근무하는 것’도 그중 하나가 되지 않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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