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해 논문 한 편 써주는 데 2만 달러를 지불했다고 했던가. 오일 달러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시절의 이야기다. 아랍의 왕자들, 석유 부호의 자제들의 외국유학 붐이 일었다. 그러나 공부는 뒷전이고 서방세계가 제공하는 물질적 풍요와 쾌락만이 그들의 관심사였다.
해외유학은 명목이고 사실에 있어 해외유락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들이 물 쓰듯 써 댄 돈은 일부 통계에 따르면 600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흥청망청 돈을 쓰면서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는다. 그런 젊은이들을 중국에서는 ‘환고자제’(紈袴子弟)라고 부른다. 환고는 ‘흰 깁의 생견(生絹)으로 만든 바지’다. 그러니까 환고자제란 요즘 식으로 말하면 비싼 ‘백바지’를 입고 놀아나는 부잣집 자식이란 뜻이다.
이 말이 쓰여 진지는 상당히 오래다. 이백과 두보가 활동하던 성당(盛唐)시대에도 비단 백바지를 입은 권문세가의 자제들의 무뢰배 행위로 법질서가 무너지고 서민들이 피해를 본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이 환고자제들의 패악 질은 여간 심한 게 아니었다. 관리들과 짜고 백성의 고혈을 빨아먹는다. 하는 일 없이 기생집이나 순례한다. 그리고 하인을 때려죽이기는 것 정도는 보통이다.
영락없는 무뢰배의 모습으로, 한(漢), 당(唐), 송(宋)은 물론이고 최근 청(淸)조에 이르기까지 권력이 한쪽으로 집중된 봉건왕조시대에 자연스레 나타나 사회를 어지럽혔던 속물들이 바로 그들이다.
현대판 환고자제의 이야기가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태자당’으로 불리는 중국 공산당 원로들의 자녀손자들의 호화판 해외유학이 미국 매스컴의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그 관심의 한 가운데 있는 인물이 한 때 서남왕(西南王)으로까지 불렸던 전 충칭시 공산당 서기 보시라이의 아들 보과과다. 어릴 때부터 영국의 비싼 사립학교를 다녔다. 옥스퍼드를 거쳐 하버드대학으로 유학을 갔다.
하버드에서 그는 ‘큰 손’으로 통했다. 친구들과의 술값은 모두 그가 계산했다. 빨간색 페라리를 몰고 다니며 여성편력에 나섰다. 또 베이징 올림픽 때는 그 비싼 입장권을 마구 뿌렸다.
요즘 미국무부에는 얼마나 많은 ‘태자당’ 자제들이 미국에 유학을 와 있는지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보과과 스토리’의 여파다.
그 숫자는 얼마나 될까. 최소한 수 백 명은 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리고 정말이지 많은 중국 당국자들의 자녀가 미국에 유학 중이라는 설명이다. 태자당 출신은 아니어도 조금만 지체가 높은 중국 관리들은 저마다 자녀를 미국으로 보내서라는 것이다.
한 가지 미스터리가 있다. 그 엄청난 유학비를 보잘 것 없는 공무원 봉급으로 도대체 어떻게 감당하는가 하는 것이다. 그 미스터리는 중국이라는 사회 전체를 짓누르는 미스터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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