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즐겨먹는 음식의 하나인 라면이 처음 등장한 곳은 2차 대전 후 일본으로 알려져 있다. 대만계 일본인인 안도 모모후쿠는 중국인들이 먹는 라면에서 힌트를 얻어 끓는 물에 몇 분만 넣으면 쉽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면을 개발해냈다.
그는 일본 라면의 원조 닛신 식품을 차려 회장으로 오랫동안 일하다 2007년 97세를 일기로 사망했는데 그도 라면을 즐겨 먹었던 점을 고려하면 라면이 건강에 해롭다는 설은 별로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한국에 라면이 처음 들어온 것은 1963년 삼양 식품이 일본 명성 식품으로부터 기술을 배워 한국인 입맛에 맞는 라면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정부의 분식 장려 운동에 때맞춰 나온 라면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자장면과 함께 한국인의 국민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인의 1인당 연평균 라면 소비량은 75개로 확고한 세계 1위다.
한동안 라면의 대명사였던 ‘삼양라면’은 닭고기 수프를 기본으로 해 포장지에도 닭고기가 그려져 있었다. 그러다 70~80년대 들어 된장과 고춧가루를 섞은 얼큰한 국물 맛의 다양한 라면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사나이 울리는’ 매운 맛으로 유명한 농심 ‘신라면’이었다. 현재도 라면 시장의 25%를 점하고 있으며 매년 8억 봉지가 팔려 나간다.
영원할 것 같던 신라면 아성은 작년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다. 팔도가 ‘꼬꼬면’을 내놓으면서 돌연 한국 라면 시장에 ‘하얀 국물’ 시대가 열린 것이다. 출시 직후 900만 개였던 ‘꼬꼬면’ 판매는 3개월 후에는 2,700만개로 폭증하며 ‘없어서 못 파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동안 한국에서 온 손님들로부터 미주 한인들이 가장 받고 싶어 하는 선물의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청양고추를 넣어 담백하면서도 매큼한 ‘꼬꼬면’이 이처럼 히트를 치자 삼양은 ‘나가사키 짬뽕’, 오뚜기는 ‘기스면’을 내놓았다. 농심도 ‘후루룩 칼국수’를 출시하며 뒤늦게 ‘하얀 국물’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 ‘하얀 국물’ 라면은 한때 전체 시장 점유율의 20%를 웃도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연말부터 웬일인지 이들 ‘하얀 국물’의 인기가 주저앉았다. ‘꼬꼬면’ 판매량은 작년 12월 2,300만개에서 올 2월 1,400만개로 추락했다. ‘나가사키 짬뽕’도 2,400만 개에서 최근 2,100만개로 줄어들었다.
‘하얀 국물’ 라면이 잠시 주춤한 사이 다시 ‘빨간 국물’의 반격이 시작되고 있다. 농심은 청양고추보다 2배 이상 매운 하늘초 고추를 넣은 ‘진짜진짜 라면’을 출시했고 팔도도 마늘을 핵심 재료로 넣은 ‘남자라면’을 내놨다.
한국에서 라면 국물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지난 주 ‘하얀 국물’의 후발주자 오뚜기의 ‘기스면’이 미국에 제일 먼저 상륙했다. 오뚜기는 아이패드 등을 내걸고 경품 행사를 벌이고 있는데 곧 이어 ‘꼬꼬면’도 들어올 예정이어서 미주 시장을 노린 이들의 각축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한국에서 뭘 가지고 난리를 치는지 한 번 맛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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