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졸업을 앞둔 B씨는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고 말한다. 30대 중반인 그는 3년 전 ‘뜻한 바 있어서’ 직장을 그만 두었다. 로스쿨에 진학하기 위해서였다. ‘돈 잘 버는’ 변호사가 되어 평생 여유롭게 살겠다는 생각 보다는 사회적 약자 편에서 일하고 싶다는 사명감이 컸다.
그런데 졸업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새로운 일에 대한 기대로 부풀기 보다는 앞이 막막해지곤 한다. 로스쿨 다니면서 받은 학자금 융자액이 무려 18만 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거의 주택융자금 수준인 빚을 생각하면 앞이 아득해지곤 한다.
남가주에 사는 K씨는 1년 전 졸업한 아들의 학자금 융자금을 대신 갚고 있다. 아들이 졸업 후 직장을 제대로 못 잡아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매달 융자금 상환 고지서는 꼬박꼬박 집으로 날아드는 데, 그걸 못 본체 할 수가 없어서 대신 내주고 있다.
“대학 졸업하면 (아이) 뒷바라지 끝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에요. 아이가 제대로 취직하면 그때 목돈으로 되돌려 받아야겠지요.” 이렇게 부모가 대신 학자금을 갚아주는 졸업생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다. 지난 3월 기준 학자금 융자 채무자들 중 지불 기일을 넘긴 사람이 21%나 된다는 조사가 나왔다. 5명중 한명은 융자금 월 상환금을 못 냈다는 말이다.
학비는 연 8%씩 껑충껑충 뛰어 오르고, 그만큼 학자금 융자액 규모는 커지는데, 막상 졸업하고 보니 경제가 나빠서 취직이 안 되는 것 - 요즘 젊은이들이 맞은 불우한 현실이다.
미국에서 학자금 융자 부채는 대략 1조 달러. 자동차 구매 융자나 크레딧 카드 부채보다도 많은 액수이다.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부채는 주택 모기지. 학자금 부채는 그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 개인별 부채 규모를 보면 지난 3월 기준 학자금 빚이 있는 사람들의 57%는 채무액이 1만 달러 이상이다. 30대를 기준으로 하면 대개 대학원 학자금 융자까지 겹쳐 평균 학자금 부채가 2만8,500달러에 달한다.
매달 수백 달러씩 갚아야 하는데, 불경기가 닥쳐 취직이 안 되니 젊은이들은 애가 탄다. 실제로 관련 조사에 의하면 25세~ 34세 젊은이들이 한 주간 버는 소득의 중간가는 지난 2001년 이후 5%가 줄었다. 반면 대학 졸업장의 가치는 갈수록 올라가는 추세.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중산층으로 살 수 있던 시대는 오래 전에 지나갔다. 경기가 나빠도 대학 졸업자는 고졸자에 비해 실업률이 낮고, 평생 100만달러 이상을 더 번다고 하니 ‘대학’은 중요한 투자이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이 가능한 한 낮은 이자율로 학자금을 융자받아 공부하도록 배려해야 하는 것은 국가 지도자들의 의무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6월말로 끝나는 정부지원 스태포드 융자의 이자율을 현행 3.4%로 유지하자고 촉구한 것은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이다.
관련 이자는 오는 7월1일부터 6.8%로 오르는 데 이를 1년 더 연장하자는 데 연방의회 역시 초당적으로 합의하고 있다. 문제는 재원 마련. 이자율 3.4%를 연장할 경우 필요한 액수는 60억 달러. 굉장한 액수 같지만 이것은 아프간 전쟁에서 미국이 3주 동안 쓰는 돈이다. 대학 문을 나서는 순간 빚더미에 눌리는 것이 많은 젊은이들의 현실이다. 지난해 ‘점령하라’의 주축이 된 이들이 바로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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