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덩더꿍덩더꿍 바쁘게 살다가 하루쯤 집에서 할 일없이 지내게 되는 날이 간혹 있다. 허름하고 편한 잠옷도 하루종일 갈아입지 않고 커피에 간식까지 챙겨 먹으며 집안을 맘대로 휘젓고 다니며 쉰다. 천장도 두리번거리며 둘러보고 가만히 귀기울여 집이 가끔씩 내는 근원을 알 수 없는 소리도 들어본다.
텅 빈 집에서 아무일도 하지 않고 ‘혼자놀이’를 하다 문득 상상을 해보았다. 어쩌면 집이 나를 품었던 어머니의 자궁 같다고. 어머니의 자궁은 나를 품어 키워 주셨고 이 집은 지친 나를 쉬게 하여 새 힘을 얻어 또다시 명쾌한 내일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품어 준다는 생각이 드니까.
언젠가 한번 친구들과 ‘만약’이라는 가정 아래 새로운 인생을 다시 산다면…이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현재의 자신에 큰 불만이 꼭 있어서라기보다는 호기심이나 동경심을 가지고 해본 말들이었다. 다시 해볼 수 없는 것이 인생인 것은 너무나도 잘 알지만 오늘보다 더 나을 것 같은 내일에 대한 재도전과 후회를 줄이고 싶은 과거를 갖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일 것이다. 하여간 인생이라는 것, 그건 설사 다시 산다 한들 녹록치가 않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달콤한 잠을 주고 쉼을 주는 집, 헝클어졌던 생각과 움츠러들었던 의욕을 다시 갖게 만들어 주는 집, 잘못을 뉘우치고 관계의 끈을 다시 이어가도록 용기를 주는 집, 아이들에게 추억과 믿음을 키워서 내어 보내는 집, 그리고 주님이 나에게 이웃으로 주신 이들과 사랑의 이야기를 엮어가는 작은 보금자리 같은 집이라면 감히 어머니의 자궁 같다고 말해도 그리 틀리진 않을 것 같다. 우리가 지은 집에서 다시금 나의 삶에 후회를 줄이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나날이 도전을 한다면 말이다. 새로 태어나듯이.
그래서 새로운 ‘하루’가 다시 주어진다는 것은 선물이고 축복인 셈이다. 언제까지 주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나날이 줄어든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허투로 살아서는 안 되겠다. 그렇다고 갑자기 무슨 큰 일을 시작한다기보다는 우선 가까운 이웃에게 관심을 가져야겠다. 관심을 가져야 이해가 되고 이해가 되어야 정이 드는 법이니까. 정이 들면 가로막혔던 벽이 허물어져서, 남이 네가 되고 네가 나로 되는 하나님의 섭리를 이루는 셈이다. 오늘을 집에서 맘껏 쉬었으니 내일은 만약이 아니라 실제로 제2의 인생을 산다는 마음으로 깨어나고 싶다. 텅 비어 나를 진종일 품어 준 집에 햇살이 비쳐 든다. 아,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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