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겨울,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왔다. ‘한국’ 하면 마흔이 훨씬 넘은 나이인데도 나는 여전히 학창시절로 돌아간다. 돈암동, 혜화동, 인사동 거리는 내 20대가 간직된 추억의 거리들이다. 연극을 보러 다니고 낭만을 얘기했던, 그리고 설렘이 있었던 나의 20대.
오로지 그림에 빠져 있던 나는 친구 몇 명과 돈암동 5층 건물의 맨꼭대기층 작업실에서 밤을 새워 가며 그림을 그리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그림 그리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가끔 혜화동 소극장에서 연극도 보고, 그 여운으로 잠못 이룬 적도 있었다. 또 어떤 노래가 너무 좋아서, 때로는 기뻐서, 때로는 슬퍼서 그렇게 가슴앓이하며 내내 지내기도 했을 만큼 나는 사춘기 소녀 같았다.
누군가에게 어떤 시간들은 행복해지는 생각으로 빠져들게 하는 그런 때인 것이다.
쉬는 시간 우리 학교 학생들의 웃음을 본다. 서로 잡으러 다니고, 뛰고, 깔깔대는 그 아이들에게 다칠까봐 가끔은 조심시키지만, 이 시간이 아이들 중 누군가에게는 훗날 행복해지는 생각으로 빠져들게 하는 그때가 되어줄까봐 나는 소중하고 귀한 그 아이들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그시간을 지켜준다. 행복해지는 추억을 얼마든지 만들어보라고......
더 나이들어 오늘 이 시간들이 그날에 행복해지는 추억이 될 수 있도록 살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또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우리에게 허락되어진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중에 남길 만한 말 ‘행복해지는 생각들’ 그것을 만들며 살고 싶다.세상이 그렇게 살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희망해 본다. 그리고 이 글이 누군가에게 행복했던 그 자리로 되돌아 가보는 ‘쉼’ 같은 것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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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씨는 성신여대와 동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을 열었다. 현재 트라이밸리한국학교장으로 후세들의 한국어 교육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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