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이 칸 영화제 수상에 실패했다. 감독은 실패의 배경에 대해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 재벌들은 이제 재미없고, 백인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말한 후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백인들의 반응이 싸늘해졌다”라고 설명했다.
영화가 얼마나 경쟁력 있었나, 재벌 공격이 이제 재미없다 할 만큼 그가 얼마나 자본 공격에 천착한 감독이었나 하는 점 등은 논외로 하고 그의‘백인공격’선언에 대해서 살피자.
임상수 감독은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당시 기자회견에서 백인사회가 아닌 백인 중심의 ‘제국주의’를 말하려 했다. 하지만 제국주의를 ‘백인의 일’으로 단정하는 순간 문제의 논점은 제국주의 자체에서 한 인종이 전체 역사에 짊어질 책임 여부로 이동하고, 해결책 역시 국가의 이기적 생존 본능을 제어할 공존 방법을 모색하는 것으로부터 백인 특유의 비열함을 처단하는 것으로 바뀌고 만다.
마이클 무어의 영화 ‘화씨 9/11’에 황금종려상을 안기며 무질서한 권력의 횡포를 함께 비판한 칸이 정말 임감독의 발언 이후 싸늘해졌다면 이는 문제에 대한 임감독의 낮은 이해와 안일한 태도에 대한 실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패권주의의 중심에 있는 ‘백인’들을 공격하겠다는 선언은 범죄율이 높으니 유색인종을 집중 단속, 검거해야 한다는 주장과 같다. 편을 잘못 나누어 사건의 본질을 왜곡한 것이다. 제국주의를 주도한 국가 권력과 세계 시민, 혹은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로 편을 나누지 않고 인종으로 편을 나누면 논점이 흐려진다. 논란과 갈등은 이에 따라 심화, 재생산되고 해결은 요원해지고 만다.
이는 남 녀 간 갈등을 유발하는 주 원인이기도 하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왠 사내에게 매 맞는 여자를 도와준 남자의 글을 목격했다. 도움받은 여자가 고맙다 말도 없이 내빼더라며, 여자는 배은망덕한 존재라는 내용이었다. 글을 읽은 사람들은 남 녀 편을 갈라 어느 성(性)이 더 비열한가 치열하게 다퉜다. 누구도 편을 성별이 아닌 가해자, 피해자, 도움을 준 자로 나누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의 핵심이 폭력이라는 점을 지적할 수 없었다.
세상의 많은 다툼이 잘못된 편 가르기에서 출발한다. 올바른 문제 파악을 통해 바르게 편을 나눌 때만 바른 해결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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