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셋, 어!” 제기에 묶어준 고무줄을 움켜진 손과 그 제기를 맞추려는 발이 함께 올라가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출되다 결국은 제기가 땅에 떨어졌다. 다음은 검은 색 피부의 뽀글머리 악셀의 차례였다. 짙푸른 남색 제기에 달린 고무줄을 붙잡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제기를 차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와!” 어린이들 중에서는 서티모르에서 온 일곱 살짜리 악셀이 제일 많이 찬 셈이다.
이제 어른들 차례였다. 인도네시아, 인도, 한국, 중국, 미국 커뮤너티에서 대표들이 한 사람씩 나와서 경쟁을 벌였다. 머리털 나고 처음 보는 그 요상한 물건을 공중에 던지고 적절한 타이밍에 발의 한 면을 거기에 갖다 대서 떨어지지 않게 하는 이 놀이가 한국인이 아닌 그들에게 쉬울 리 없다.
그래도 모두들 열심이었다. 독특한 몸짓으로 차올린 제기가 서너 번 공중에서 춤을 추다 땅에 떨어지기가 일쑤였지만, 서른 명 남짓한 미션홈 사람들은 함께 웃으면서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한국 커뮤너티에서 나온 대표가 일곱 번으로 제일 많이 찼지만 승리는 어린 악셀에게 돌아갔다. 아이들의 경우, 제기 찬 횟수를 두 배로 카운트하기로 규칙을 정했기 때문이다. 상품으로 받은 10불짜리 도너츠 티켓을 들고 악셀은 행복해했다.
내가 살고 있는 미션홈에서 열린 ‘다문화 축제의 날’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던 한국 전통 놀이 소개의 장면이다. 각 나라의 춤과 노래, 놀이를 소개하며 함께 어우러져 즐거워하고 마지막에는 준비해온 각 나라의 대표 음식들을 서로 나누었다. 부침개, 약식, 떡, 강정, 김치 등 우리의 전통 음식들이 이름 모를 다른 나라의 음식들과 함께 그 맛을 자랑했다.
행사가 끝날 즈음 생각지도 않았던 흐뭇한 일이 있었다. 미션홈에서 우리와 함께 지내던 한국 분이 지난 해 암 진단을 받고 한국에서 치료 중인데, 그 분을 위해 마음을 모으자는 제안을 인도 학생이 해준 것이다. 모두들 흔쾌히 동의했다. 우리가 정말 좋은 공동체에 속해 있구나 싶어 마음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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