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모네의 그림에서 소우주를 보고, 또 자연 속에서 조물주의 대우주을 찾고 싶어하는 듯 하다. 외롭고 힘든 이민생활 중에 자아를 확인하고, 조물주의 임재를 담으려고 애쓴 풍경화가 세월이 가면서 작은 화실을 그득히 메우기 시작했다.
넌즈시 전시회이야기를 꺼내면 손사래를 쳤다. “아직 멀었어요. 모네는 노년엔 시력이 나빠지면서 점점 연못에 더 가까히갔대요. 자연히 위에서 내려다 보게 돼 수면자체가 화면이 되었다는데..” 아내도 나이들면서 남들이 못보는 걸 화폭에 담고 싶어하는 눈치다.
그러던 차에 아내는 미국화단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후배들을 만났다. 해연, 진이, 영희 후배들이 산호세 근교, 사라토가의 예쁜 화랑을 소개하고 자신들 일처럼 전시회를 주선해 주었다. 아내가 홀로 몇년 간 그린 자연 풍경의 그림들은 고마운 사람들의 도움으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아내의 풍경화 원근 구도의 소실점엔 꼭 빈 벤치가 놓여있다. 화면의 중심에 시선이 집중 소멸되는 곳이다. 빈 벤치는 조물주를 바라보며 기도하는 자리라고 아내가 설명하지만 나는 왠지 외로왔던 그녀의 빈 마음 자리처럼 보인다.
그 벤치에 아내와 함께 따뜻한 사랑으로 도와준 사람들을 초대해 떠가는 구름을 보고싶다. 홍시처럼 붉게 익은 황혼도 바라보고 싶다. 감사 기도가 절로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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