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집 근처 신학교로 올라가는 가파른 계단에서였다. 별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한 외모가 아니어서,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무섭게 생겨서, 처음 만났을 당시 나는 흠칫 놀라며 그냥 지나쳤다. 이후 같은 길목에서 종종 부딪친 적이 있었으나 한번도 말을 걸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 해 여름, 침묵 수련에 가서 그를 또다시 만나게 되었다.
수련이 거의 끝나갈 즈음, 나는 용기를 내서 마음으로(침묵 수련이므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 ‘한 번도 너를 가까이에서 제대로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그는 내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나는 그 앞에 멈춰 서서 그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작지만 길고 가냘프게 생긴 그의 손가락이 귀엽게 보였다. 그의 눈을 쳐다보니 그도 나를 쳐다보다가 눈을 한번 끔벅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눈꺼풀이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올라오면서 눈을 덮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신기해서 웃음이 나왔다. 햇빛 아래 비친 그의 피부가 아주 건강하게 보였다. 겨드랑이 아래쪽에서 심장인 듯한 것이 팔딱거렸다. 그는 조금 친해진 듯한 눈빛으로 나를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금방이라도 내게 달려들 것 같은 포즈를 취했다.
순간 나는 무서워하며 흠칫 놀라 한 발 물러섰다.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미안해 하며 다시 다가갔다. 그는 괜찮다고 말하려는 듯 몸을 조금 돌리더니, 갑자기 팔을 굽혔다 폈다 한다. 팔 굽혀 펴기를 하는 그의 모습에 나는 또다시 웃었다.
종이 울려서 들어갈 시간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그와 함께한 시간이 20여분이 되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서 그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는 동안, 그를 무섭게만 생각하고 무시해 왔던 시간들이 미안하게 느껴졌다.
사실 아무런 판단 없이 그를 이렇게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너무도 신비롭게 아름다웠다. 지금 이 순간에 머물러서 있는 그대로 보게 되면 탐구하는 마음으로 보게 되고 거기서 기쁨을 느낀다는 스승님의 말이 한꺼번에 꿰어지는 경험이었다. 내게 이런 귀한 경험을 하게 해준 그를 사람들은 ‘도마뱀’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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