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여러가지로 의미가 남다른 달이다. 우선 내가 대학생일 때 친정 아버님이 6월에 돌아가셨고, 군부독재 타도를 외쳤던 1986년 민중항쟁의 역사적 현장도 6월이었고, 대학 졸업 후 농민운동을 한다고 진짜 농민이 되었던 내 친구가 시냇물에서 멱을 감다가 물에 빠져 죽은 달도 6월이었다.
내가 겪은 6월의 일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나의 20대는 질풍노도처럼 지나갔다. 대학 입학 후 어느날 밤 도서관에서 돌아가면서 보았던, 빨간 등불의 술집에서 나와 비슷한 나이의 아가씨들의 호객행위에 나는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개인의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같은 나이에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미안하고 왜 저런 일을 해야 할까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보지 못한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과 역사의 부조리 등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결국 나는 무척이나 감상적인 연민에서 시작했지만 나한테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되고자 노력하는 과정 중에 역사적인 1986년 6월 10일 시민들의 분노를 보았다.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져 죽었다는 서울대 박종철 열사는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옆학교 선배였고, 체류탄 직격탄에 맞아 사망한 이한열 열사는 내가 다니던 대학 옆학교 학생이었다.
말도 안되는 부정과 부패, 군사독재정권의 폭력 앞에서 나는 그냥 아무일도 없는 듯이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공부만 하고 시집을 잘 가기 위해 예쁘게 치장만 할 수는 없었다. 물론 학생의 본분은 공부를 하는 것이지만 내가 왜 살아가고 있는지,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목적은 상실되고 무엇을 해야겠다는 목표만 있는, 남들이 가는 길이니 나도 가야겠다는 생각은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그 치열했던 6월에 싸웠다. 지금 나는 진보주의자도 투사도 아니다. 그저 아내이고 엄마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한국 현대사의 한 획이 되었던 6월 항쟁의 그 함성과 함께 할 것이다. 6월이 가기 전에 빛바랜 사진첩 안에 숨어있던 민주 자유 해방 등 나의 열정을 다시 꺼내 닦으면서 지금의 나의 삶 속에 투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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