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김여사’의 교통사고 소식이 연일 뉴스에 나온다. ‘김여사’란 운전이 미숙한 중년 여성을 두고 빈정대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다. 핸들에 바짝 붙은 자세나 퍼머 머리, 하얀 목장갑 이미지와 결합돼 우스꽝스럽고 모자란 여성 운전자를 묘사하기도 한다.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운전에 미숙할 확률이 높다. 여성의 뇌가 가진 공간감각 능력이 남성의 뇌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덕분에 여성 운전자는 후진, 주차를 배우는 데 더 오래 걸리기도 하고 차선을 바꿀 때 우물쭈물하며 다른 운전자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이런 미숙한 태도로 발생하는 도로 위 상황 전체가 ‘김여사의 운전’으로 묘사되며 여성 운전자 전체가 ‘김여사’ 용어와 함께 도로 위의 위협적 존재로 지적받는다.
허나 남성 운전자가 여성 운전자보다 호전적이라는 점을 지적해 보면 어떨까. 문명의 시간은 고작 1만 년이다. 수렵과 채집을 하던 인류의 역사는 백만 년이 넘는다.
오랜 기간, 같은 여성들과 동굴에서 어울려 지낼 기회가 많던 여성들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쌓는 동안 남성들은 수렵을 통해 공간능력과 함께 호전성을 길렀다. 그 덕에 남성 운전자들은 과속이나 무리한 차선 이동을 통해 아찔한 상황을 연출한다. 공간 감각이 부족한 여성 운전자와 호전적인 남성 운전자, 누가 더 큰 위협일까.
이런 문제 제기는, 그러나 아무 의미가 없다. 어떤 종류의 사고를 어떤 성별이 많이 저지르는가를 따져 나온 결론으로는 한쪽 성별이 도로 위에 나오지 못하게 하는 불가능한 해법만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 절반을 도로 위에 못 나오게 하는 해법이고 보니 비만 해결을 위해 밥을 먹지 말자는 말과 같은 의미없는 소리가 돼 버린다.
‘김여사’에 대한 비난은 운전이 미숙한 여성 운전자를 비판해 도로의 안전을 보장하는 정의가 아니라 여성 운전자에 대한 내용없는 조롱이다. ‘여자가 살림이나 하지 차는 왜 끌고 나와’ 소리를 위험을 초래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백 번 들었다는 내 어머니가 겪은 성차별이 입에 붙는 용어로 재탄생해 나타났을 뿐인 것이다.
말에서 생각이 출발한다. 근거없는 차별을 정당화시키는 용어의 생산과 사용으로 안전운전이 모두에게 중요하다는 기본을 서로가 잊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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