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는 엄마가 미국은 전자제품이 싸다는데 왜 김치냉장고를 사지 않느냐고 했다. 냉장고에 김치 넣을 자리가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한 소리다.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판매되는 한국산 수입품이라 비싸다고 하니 엄마가 말했다. “아니야, 이제 관세가 없어져서 물건 값이 더 싸진대.”
엄마의 생각은 자유무역협정 등 시장의 자유경쟁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주장과 결이 같았다. 외국 등 다른 시장의 싼 물건이 들어와 기존 제품들과 경쟁하면 소비자는 수입된 냉장고를 더 싸게 살 수 있게 되고 우리나라의 높은 전자제품 가격도 외국 제품과의 경쟁을 통해 싸진다는 생각말이다. 하지만 ‘싸게 팔 수 있는 환경’이‘싸게 팔 이유’가 될까.
다른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 한국의 대형 마트들이 소규모 상권을 침범해 죽이고 있다. 대규모 유통시스템을 통해 물건을 보다 싸게, 다양하게 제공하는 큰 마트들을 동네 마트가 이길 방법, 없기 때문이다.
시장의 자유경쟁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시장경제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 한다. 때로 더해 이 체제가 무너지면 소련, 북한처럼 나라가 망한다고 비약도 한다. 하지만 이 경우 역시, ‘싸게 팔 수 있는 환경’이 ‘싸게 팔 이유’가 될까.
가격이 인하될 환경 중 하나로 관세철폐를 꼽는다.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춰 경쟁주체를 늘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세가 철폐됐다고 해도 한국에서 200만원에도 잘 팔리는 1000불짜리 미국산 유모차를 미국 기업이 120만원으로 가격을 낮춰 팔 이유, 없다.
대형마트도 그렇다. 아무리 싸게 팔 수 있어도 동네의 소규모 상점들의 씨가 마른 후, 그러니까 싸게 팔지 않아도 팔리는 환경이 조성됐을 때도 싸게 팔 이유가 대형마트에겐 없다. 그래도 자본가란, 돈이란 착하니까 가격을 낮출 환경이 조성된 만큼 소비자들에게 기꺼이 선의를 베풀어 판매가격을 낮추어 줄까.
돈이 많은 쪽일수록 시장 환경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 권력을 가진다. 시장을 규제하지 않고 더 큰 자유를 줄수록 그들이 시장을 제멋대로 할 힘은 점점 더 커진다. 한 명의 평범한 소비자, 소시민으로서 시장 안의 무한자유경쟁에 대한 감언이설에 감히 취할 수 없는 이유,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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