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의지하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자기가 의지하는 것에 눈길이 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눈길은 곧 사람의 마음이다. 그래서 돈을 의지하면 온통 눈에 보이는 것이 돈이고, 명예와 출세를 의지하면 남의 눈을 의식하게 되어 있다. 권력에 의지하면 죽기 살기로 권력을 탐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시는 장면이 나온다. 하늘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파하시기 위해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받으신 참인간 이신 예수님은 제자들을 뽑아 여러 곳으로 보내시면서 간곡히 당부하신다. “너희는 지팡이 외에는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말라. 돈도 가지고 가지 말며 속옷이나 신발도 여분의 것은 가지고 가지 말라.”
인간의 시각으로 보면 정말 세상 물정 모르시는(?) 말씀이다.
제자들을 객지에 보내시면서 절대로 동전 한 닢 넣지 말라고 하시니, 어디 될 법이나 한 소리인가. 여행경비는 어떻게 해결하고 숙식과 옷가지는 또 어떻게 해결하라는 말씀인지 도통 감이 안 온다. 여행이라는 것이 손 하나만 까닥해도 돈이 들 수밖에 없다. 거기다 예기치 못한 일들을 여기저기서 터지는 미지의 길이기도 하다. 수중에 돈이 없으면, 겁이 나고 두려워 한 발자국도 떼기 어렵다. 그래서 돈이 없으면 춥고 배고프다는 말까지 생겨난 것 아닐까.
허나 주님은 “너희가 결코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고 하시면서 돈에 의존하는 것을 단호하게 배척하신다. 돈을 의지하면 돈의 힘을 믿기에 자연 하느님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말씀이다. 그래서인지 돈을 가지고 선교하면 그 선교사업은 하느님의 능력 대신 인간의 힘에 기대어 곧 한계를 맞이한다.
진정 복음전파는 하느님의 능력으로 이루어진다. 인간의 언변이나 지혜, 명성에 의존하면 하느님이 개입하실 틈이 없다. 그래서 하느님은 당신의 능력을 언제나 어리석고 부족한 사람들을 통하여 나타내신다.
그 좋은 예가 예수님께서 뽑아 세우신 제자들이다. 인간의 생각으로는 돈도 있고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들을 데리고 구원사업을 해야 성공 확률이 높을 것인데 예수님은 힘없고 가난하고 버림받은 사람들을 선택하셨다.
왜 그러셨을까. 예수님께서는 뛰어난 능력과 명성을 지닌 똑똑한 사람들과 무식하고 힘없는 순박한 사람들 중에 누가 더 당신을 의지하고 따를 것인가를 미리 내다보신 것일까. 아니면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일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늘나라에 온 소망을 둘 것임을 꿰뚫어보신 것일까. 그래서인지 주님께서는 제자들이 가져가야 할 목록으로 지팡이 하나만을 허락하신다. 지팡이가 있어야 넘어지지 않고 걸을 수 있어서일까. 황금만능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수중에 돈이 떨어지면 곧잘 맥을 못추고 넘어진다.
믿은 이들에게는 하느님이야말로 그들의 들어야 할 단 하나의 ‘지팡이’다. 그래서 유다서 1:24은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우리를 넘어지지 않게 지켜주시고 영광스러운 당신 앞에 흠없는 사람으로 기쁘게 나설 수 있도록 해 주시는 능력을 지니신 분”이라고 한 것일까. 하느님만이 인생들의 유일한 지팡이가 되셔야 한다는 말이다.
김 재 동 <가톨릭 종신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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