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 집에 얹혀살던 성인자녀들‘자립’기지개
▶ 취업시장 향상·이자 하락으로 주택구입도 늘어
집에서 나와 자립하니까 정말 기분이 좋다”는 케빈 라츠(27). 항공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졸업 후 2년 동안 투어가이드로 임시로 일하며 부모 집에 얹혀살다가 비행학교에 취업한 후 아파트를 얻어 독립했다.
지난 몇 년의 불경기 때문에 부모 집으로 돌아와 살던 이른바‘부메랑 키드’, 젊은 성인 자녀들이 점차 자립을 시작하고 있다. 덩달아 미 전국의 이주율도 증가하고 주택시장과 전반적 경기회복에도 중요한 촉진제가 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과 정부 통계에 의하면 취업전망이 밝아지고 모기지 금리가 대폭하락하면서 자신의 아파트를 얻어 나가거나 집을 사는 20~30대가 상당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경기침체로 인해 미국 내 타주로의 이주는 세계 2차대전 이후 최하로 떨어졌었다. 그런데 지난해 25~29세 연령층의 타주로의 이주가 지난 13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고 브루킹스연구소의 인구학자 윌리엄 프레이는 말했다.
프레이는 이런 변화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 “보다 폭넓게 인구 전반에게도 일어날 이주에 대한 선행지수라 할 수 있다”
로라 브라운(26)이 2011년 3월초 캘리포니아 타호시티의 부모 집으로 들어왔을 때 그녀는 ‘완전히 파산 지경’이었다. 매달 갚아야 할 학자금 대출, 그동안 이곳저곳으로 이사하면서 쌓인 빚에 삶이 짓눌린 채 돌아온 것이다.
“처음엔 두 달만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곧 고용시장의 사정이 얼마나 어두운 가를 깨달았다. 오리건 주 뉴버그의 조지폭스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학사학위를 받은 그녀가 부모 집으로 돌아온 후 구할 수 있었던 일자리는 타호 시티 한 레스토랑의 웨이트리스가 전부였다.
“난 정말 풀이 죽었었다”는 그녀는 “내가 마치 성인이 아니라 다시 하이스쿨 시절로 돌아간 듯싶었다”고 했다. 1주일에 한 번 브라운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부모 집으로 돌아온 처지가 비슷한 3명의 고교 친구들과 함께 만났다. “우린 마치 서포트 그룹 같았지요”
그리고 4월말, 비영리 청소년 개발단체에서 풀타임 직장을 얻은 그녀는 부모 집에서 15분 거리에 자신의 아파트를 구해 독립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다행인 점도 많았다”고 브라운은 부모와의 14개월간의 동거에 대해 말한다. 처음엔 적응이 힘들었지만 “함께 지내면서 부모님과의 관계가 훨씬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는 것.
지난 몇 년의 경기 침체와 느린 회복기 동안 부모 세대보다 더 많은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은 취업시장에서 새로운 잡 오프닝이 생길 때마다 실직 중인 나이든 지원자들과 경쟁을 벌여야 했다. 충분한 수입이 없으니 결혼과 자녀 갖기를 미룬 채 집세를 안 내도 되는 곳에 되도록 머물렀다.
그 결과 지난해 부모 집에서 사는 18~24세 연령의 젊은 성인 숫자는 4년 전보다 200만명이나 늘어났다고 클리브랜드 연방준비은행의 경제학자 티모시 듄은 센서스 자료 분석을 근거로 지적했다.
지난해 25~34세 연령층의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보다 급격히 하락했다. 전체 실업률이 연초의 8.3%에서 11월에 7.7%로 떨어진 것에 비해 이 연령층의 경우 9%에서 7.9%로 떨어진 것이다.
젊은 성인들은 새 일자리를 찾아 장거리 이주도 마다하지 않는다. 1주일 전 케빈 라츠(27)는 자신의 포드 픽업에 가구와 스테레오, 스키 등을 가득 실은 유홀을 달고 시카고로 떠났다.
지난 2년 동안 얹혀살던 디트로이트의 부모 집과 작별을 고한 것이다. 스포츠카 포스터와 유스 하키 트로피들이 선반에 가득 진열된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방을 이젠 정말로 떠난 것이다.
라츠가 졸업 후 부모 집으로 다시 돌아온 이유는 젊은 조종사들의 취업시장 상황이 너무 나빴기 때문이었다. 라츠는 웨스턴미시간대학에서 항공학 학위를 받았고 비행강사로 일한 경력도 있었지만 좋은 보수를 주는 잡 오프닝이 거의 없었다.
지난 2년간 투어가이드로 일하며, 엄마의 홈쿠킹을 만끽하며, 돈을 저축했다. 그리고 최근 시카고의 비행학교에 취직이 되면서 아파트를 얻어 자립하게 된 것이다. “집에서 나와 자립하게 되니 정말 너무 좋다”라고 라츠는 말한다.
젊은 성인들의 자립이 늘어나면서 경제관련 질문이 또 하나 대두된다 : 그들은 아파트를 렌트할까, 집을 살까?
물론 집 살 능력이 안 되니까 렌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정착하려는 대도시의 아파트 공급이 수요를 못 쫓아가면서 아파트 얻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빈방은 줄어들고 렌트비는 올라간다.
시카고의 ‘아파트먼트 피플’사의 마케팅 디렉터 모리스 오티즈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파트 주인들이 신규 입주자에게 첫 달과 마지막 달 렌트를 안 받거나 시큐리티 디파짓을 면제해주고 기프트카드를 선물을 주는 등 유치에 열을 올렸는데 요사이는 이런 혜택들이 싹 사라져버렸다고 전한다.
타호시티의 로라 브라운도 첫 달과 마지막 달 렌트와 시큐리티 디파짓을 모두 선불한 후에야 입주할 수 있었다.
그러는 한편, 모기지 금리는 사상 최저로 하락하고 있다. 렌트비와 비교해보면서 젊은 성인들이 구매 유혹을 받는 요인이다. 이제 주택시장이 가열되기 시작한다는 것도 “지금이 살 떄”라는 조바심을 부추긴다.
30년 상환 3,25%라는 “모기지 금리가 주택구매의 주동력이 되고 있다”고 볼티모어의 브로커 블라디미르 카츠는 말한다. 그의 이런 고객 중 한명이 안드레이 메이어(26)였다.
메이어는 2009년 볼티모어의 메릴랜드대학을 졸업한 후 부모 집으로 돌아왔다. 외아들인 그의 귀향을 부모는 두 팔 벌려 환영했다. 2009년 말 연방정부의 소프트 엔지니어로 취직한 그는 생활비가 따로 들지 않아 돈을 착실히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봄 볼티모어 다운타운 교외에 26만 달러짜리 타운 하우스를 샀다. 10% 다운하고 3,75% 금리의 30년 상환 모기지 론을 받았다.
부모들은 좀 더 집에서 살라고 만류했지만 “이제는 자립해야 할 때”라고 메이어는 말한다. “은행에 돈을 넣어 두어보아야 0.5% 이자밖에 안주거든요. 경제는 회복하고 있고 주택시장도 좋아지니 집을 사는 것이 투자 측면에서도 더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26세의 젊은 주택 소유주 안드레이 메이어는 진지하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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