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쿡카운티법원 배심원, 17일 고형석씨에 ‘무죄평결’᠁법정 기쁨의 눈물바다
▶ 통역문제, ‘타살아닌 자살’ 받아들여져
친아들을 살해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4년 가까이 감옥에 갇힌 채 힘겨운 법정투쟁을 벌여온 고형석씨에게 무죄평결이 내려졌다.
스코키 소재 쿡카운티법원 12명의 배심원은 17일 오후 3시쯤 최종 평결심의에 들어간지 1시간 30분만인 4시30분에 평결 결과를 게릿 하워드 판사에게 전달했으며, 하워드 판사는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고씨의 ‘무죄’(not guilty)를 평결했다”고 발표했다. 무죄평결이 발표되자 고씨는 기쁨과 회한의 눈물을 흘렸고, 부인 고은숙씨와 딸 등 가족들과 70여명의 한인방청객들도 일제히 환호하면서 서로 부둥켜 안고 우는 바람에 법정은 순식간에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시작된 검찰측의 심리가 오후 3시를 넘어 계속되면서 배심원 평결이 늦게 시작되는 바람에 이날 평결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전망도 나왔으나 배심원들은 1시간 반만에 전원합의에 도달, 무죄평결을 내렸다. 이는 지난 13일동안 지속된 본 재판에서 고씨의 유죄를 주장한 검찰보다는 변호사들의 무죄주장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날 무죄로 판명된 고형석씨는 쿡카운티교도소로 이동해 남은 절차를 마친 후 이날 저녁 석방돼 가족의 품에 안겼다.
지난 2009년 4월 16일 새벽, 노스브룩 자택에서 아들 폴 고씨(당시 22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형석씨 케이스는 사건 발생 3년 7개월 만인 지난달 29일부터 본 재판이 시작됐다. 17일까지 13일 동안(주말 제외) 계속된 재판에서 검찰측은 살인, 변호인측은 자살이라는 각기 다른 주장을 배심원들에게 설득시키려 애썼다. 빅토리아 클레그먼 검사 등 검찰측은 폴 고씨가 학업을 여러 차례 중단하고 마약을 복용하는 등 아버지에게 큰 실망을 안긴 사실을 지적하면서 고형석씨가 마약을 사러 나갔다가 새벽녘에 귀가하는 아들을 보고 오랫동안 쌓인 분노가 폭발, 칼로 마구 찔러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테리 매슈린, 앤드류 베일 등 6명의 변호단은 시신에 대한 법의학적 분석과 사건 발생 당시 정황 등을 설명하면서 정신질환을 앓아온 고씨 아들이 자해로 죽음에 이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들은 고씨 아들이 죽기전 수년 동안 때때로 옷을 벗고 동네를 돌아다니거나 누나에게 "머릿속의 시끄러운 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권총이 필요하다"는 말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변호인측은 사건발생직후 911 녹음에서 고씨가 공포와 혼란에 빠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이는 검찰측 주장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범행에 사용된 칼에서 고씨의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체구가 고씨보다 훨씬 큰 아들의 시신에 아무런 저항 흔적도 없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또한 검찰이 고씨가 유죄임을 증명하는 강력한 증거로 제기한 ‘살해자백’ 부분에 대해서도 고씨의 영어가 서툴 뿐 아니라 한국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찰관이 통역을 맡은 상황에서 했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특히 크리스찬변호인협회 소속으로 무료로 고씨의 변호를 맡은 변호인단은 폴 고의 사인이 자살일 수도 있다는 확신하에 깊이 연구를 하고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증언을 확보함으로써 무죄평결의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다.
결국 배심원들은 전문가들의 과학적인 증언을 토대로 한 이같은 변론이 결정적 살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검찰측 주장보다 월등히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해 무죄를 평결한 것이다.
한편 이날 재판을 방청한 한인들은 고씨의 누명이 마침내 벗겨져 천만다행이라며 한 목소리로 반겼다. 본 재판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방청한 후 진행상황을 웹사이트에 올려온 박천규 목사는 “수년전 이 사건을 처음 접하고 남의 일 같지 않아 대책협의회를 구성해 고씨를 위해 기도하고 한인사회에 관심을 촉구해왔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한때 한인사회의 관심이 예상보다 적어 힘들었다. 하지만 정의는 살아있고, 하나님께서 공정한 판단을 하실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동포애는 무조건적이어야 한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장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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