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시아 여행을 다녀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한국의 교육열에 찬사를 보낸 적이 있다. 정말 한국은 교육열 면에서 세계 으뜸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 할 것이다. 미국의 이민 한인 사회에는 수없이 많은 기러기 어머니들이 이산의 슬픔과 고통을 겪으며, 자녀의 교육을 위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할 청춘의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
바로 한국의 어머니들이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맹모삼천(孟母三遷) 때문일 것이다.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 유가학파(儒家學派)의 대가인 맹자의 모친은 자녀의 교육에 남다른 열의를 가지고 있어, 맹자의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2천여 년 전의 고사가 오늘 우리 한인 가정의 자녀교육의 모델이 되고 있는 것 또한 놀라운 일이다.
우리의 어린 시절 부모들로부터 배운 가정교육의 대부분은 고사(古事)를 원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의 생활 가운데 임기응변 보다는 원칙에 충실 하는 모범을 보이는 것이 중요한 덕목으로 자녀 교육에서 강조 되었을 때 역시 춘추시대 제(齊) 나라의 환공(桓公)의 예를 들었다.
어느 날 환공이 술에 취해 왕관을 잃어버렸다. 임금이 왕관을 잃어버린 것은 왕도(王道)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낙심하고 있는 왕을 찾아온 정승 관중(管仲)이 이렇게 진언했다. “나라를 가진 왕으로서 이런 정도는 수치가 되지 않습니다. 당장 선정을 베푸시면 민심을 잡을 수 있습니다.”
환공은 관(官)의 곡식저장 창고를 열어 빈민에게 베푸는 한편, 감옥의 문을 활짝 열어 죄가 가벼운 자들을 풀어주었다. 그런데 백성들은 이 선정을 어떻게 보았는가?
이 일이 있은 지 사흘 후 백성들 사이에 이런 노래가 번져나갔다. “임금님, 임금님, 다시 한 번 관을 잃어버려 주소서.” 나라의 대국(大局)을 보지 않고 소리(小利)를 위해 임기응변하고, 또 개인적 목적을 위해 불가능한 약속을 남발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는 교훈을 깨닫게 된다. 한비자(韓非子)는 환공에 대해 “소리는 살렸지만 대국을 그르쳤다”고 비판했다.
교육을 중시하는 우리 미주 한인이민 사회가 대국을 위해 소리를 희생하는, 그래서 원칙을 존중하고, 원칙에 충실 하는 원칙의 교육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원칙은 용기와 결단을 필요로 한다. 선택은 어떤 하나를 포기하겠다는 용기와 어떤 것을 중심 가치로 삼겠다는 결단의 결과이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기에 포기를 위한 용기와 실행을 위한 결단이 필요한 서바이벌 작전이다.
나는 근래에 한 지인으로부터 “지나치게 원칙주의자인 것 같다. 좀 융통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스스로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떤 면에서 그렇게 보였을까? 원칙과 융통성은 무엇이고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가?
융통성은 원칙에서 약간 벗어나긴 하지만, 그러나 허용할 수 있는 수준일 경우를 지칭하는 용어로 이해하고, 때로는 자기정당화의 방편으로 쉽게 받아들이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러나 나는 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적용할 원칙이 있다면 무조건 원칙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사안의 경우 적용해야 할 원칙이 분명하지 않을 때가 있다. 이 때 관련 있는 여러 원칙 중 어떤 것을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유연한 판단이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융통성이 아닐까?
요즘 우리 워싱턴 한인사회에, 특히 사회적으로 지도자의 반열에 든다고 자부하는 계층에서,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혼탁한 사태를 보면서 우리 이민 1세대가 차세대를 위해 추구해야 할 명교(名敎)는 과연 어떤 것일까 하는 화두를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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