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나는 살을 빼야겠다고 결심했다. 체중을 재본 후 체중계가 고장난 게 아닌가 눈을 의심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아이를 낳은 이후 몸무게는 끊임없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고, 최근 몇 년 새해결심 중 빠지지 않은 것이 체중 감량이었다. 매년, 올해는 꼭 이루고 말겠다고 리스트의 맨 위에 적어 놓지만 연말이 되면 더 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나치던 상점 쇼 윈도우에 비친 어느 통통한 아줌마가 나였음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벌써 몸에 맞는 옷들이 하나 둘 줄어가던 중이었다. 살이 찌니 금세 피곤해지고 움직임도 둔해졌다.
아무튼 몇 년 묵은 숙제를 해치우는 심정으로 나는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시작에 앞서 헬스나 다이어트에 관한 글들을 많이 읽었다. 대학시절 남자친구 하나 없이 연애란 이런 거다 라는 이론만큼은 탄탄했던 옛 기억을 되살려 이것저것 읽다보니 살을 빼야하는 동기부여가 확실히 되었다.
살이 찌는 데는 온갖 이유가 다 있을 수 있지만 살을 빼는 논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고전만 있을 뿐이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몇 년간 멤버쉽만 유지했던 짐에 가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좀 힘들더니 금세 익숙해졌다. 땀을 흘리고 나면 기분도 상쾌해졌다. 하지만 체중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개인 트레이닝을 받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처음에는 전문가의 힘을 빌리는 것이 좋을 듯 했다. 적은 액수는 아니었지만 투자라 생각하고 짐에 가서 “확실히 살을 빼본 전력이 있는” 트레이너를 물색했다.
매일 한 시간 씩 트레이너가 짜주는 유산소 운동을 하고, 식단을 단백질과 야채 위주로 바꿨다. 6시 이후 탄수화물은 금지였다. 일주일에 두번씩, 연병장의 훈련 조교 같은 개인 트레이너와 한 시간씩 근력 운동을 하면 숨이 턱턱 막혔다. 그렇게 한 시간만 해도 너무 지쳐서 입에 뭔가를 넣기도 싫었다.
주말에 남편과 아이들이 피자를 먹고 싶다기에 구워주고 옆에 앉아 소가 여물 먹듯이 야채를 씹고 있자니 과거 무절제하게 살았던 벌을 받는 심정이었다. 앞으로 배고프다고 야식을 먹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임을 다짐 또 다짐하며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윗몸 일으키기를 하곤 했다.
그러기를 2주, 부푼 가슴을 안고 체중계에 올라갔다. 얼마나 빠졌을까. 체중계는 딱 2파운드 빠진 숫자에 멈춰 있었다. 지옥 같은 2주를 버텼는데 2파운드라니… 너무나 허탈했던 나는 그날 전의를 상실하고 아이들이랑 호떡을 구워먹었다.
다음 날 아침, 운동복을 입고 다시 짐으로 향했다. 여기서 그만 두면 아무것도 안될 것 같았다. 그러기를 일주일, 다시 1파운드가 빠졌다. 그렇게 한달이 지나니 4-5 파운드가 빠져 있었다.
주위에서는 도대체 어디가 빠진 거냐고 물을 정도로 미미한 감량이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예전보다 훨씬 가뿐한 것을 느낀다. 그리고 체중 조절에 대한 나만의 정의가 생겼다. 배고픔과 고통을 이겨내며 자신의 몸을 단련하는 것! 이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내가 멋있어 지는 것 같았다. 성취의 기쁨이 단단한 자신감으로 변하는 그날을 기대하며, 나의 살빼기 프로젝트는 아직 진행형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