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한국 사회에서 ‘표절’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 국제 학술지에 낸 논문이 표절 논문으로 밝혀져 국제적 망신을 사는가 하면,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가운데 논문 표절로 구설수에 오르내리어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고, 몇몇 유명 방송인들도 논문 표절과 관련되었다는 보도가 있다.
심지어 누구보다도 정직과 청정의 길을 가야 할 종교인인, 서울의 한 대형 교회 목회자도 학위 논문 표절이 들어났으니 그 심각함이 도를 넘고 있다. 비단 논문 뿐 아니라 노랫말 가사, 방송 프로그램, 각종 제품이나 디자인 분야 등등 사회 여러 분야에서 표절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표절’(剽竊; Plagiarism)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보자. “표절이란 다른 사람이 쓴 문학작품이나 학술논문, 또는 기타 각종 글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직접 베끼거나 아니면 관념을 모방하면서, 마치 자신의 독창적인 산물인 것처럼 공표하는 행위를 가리킨다.”(한국어 위키백과사전) 누구나 학문적 활동이나 예술적 활동을 할 때 다른 사람의 연구 결과나 작품을 참조하지 않을 수 없다.
참조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아니라, 자신의 연구나 작품이 타당성을 얻고, 우수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으려면 다른 사람의 연구와 작품을 비교하고 참조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참조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애써 연구하고 창작한 결과물을 공개적으로 인용하지 않고 슬며시 자신의 것인 양 내 세우는데 표절의 해악(害惡)이 있는 것이다.
한 때 우리 사회에서 지적재산의 하나인 책에 대하여 매우 관대한 적이 있었다. 책을 빌려다보고 돌려주지 않아도, 심지어 책방에서 주인 몰래 책을 한두 권 가져와도, 외국 양서(良書)를 수시로 복사해도 양심의 가책 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미화하고 뿌듯해 하며 무용담(?)처럼 이야기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표절은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제재를 받아야 할 행위로 여겨지고 있다. 왜냐하면 표절은 저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학문이나 문화 예술의 창의성을 가로막으며, 저자의 문장이나 특정한 개념을 슬며시 자신의 것처럼 가로채는 지적 도둑질이며, 결국 사회적 불신을 초래하는 비루하고 기만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표절 없는 사회가 될 수 있을까? 먼저, 전술한 바와 같이 우리 사회에 원저자의 연구나 창작 결과물 즉 지적(知的)재산권을 인정하고 철저하게 보호해 주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 모두가 사회적 허위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직 우리 사회에 학위(學位)를 사회적 체면이나 위세를 위한 자격증, 혹은 사회적 경력 과시의 도구로 여기는 분위기가 많다.
그런 동기에서 논문을 쓰다 보니 어떤 사람은 표절이 아니라 거의 복사 수준, 심지어 어떤 이는 다른 사람에게 논문을 대필(代筆) 시키는 지경까지 갔다. 논문은 인류발전을 위한 진지한 학문적 성찰의 결과물이지, 허위의식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끝으로 나부터 우리의 자녀들부터 정직하고 투명한 글쓰기 문화와 창작 활동에 앞장서야 한다. 이제는 표절에 대하여 스스로 엄격해야 한다.
심지어 자기표절(Self-plagiarism)까지도 문제가 되어가고 있는 세상이다. 자녀들이 과제물을 준비 할 때에도 반드시 인용의 출처를 밝히는 것을 습관화해야 한다. 출처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타인의 지적재산을 임의로 사용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알려주어야 한다.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퍼나르기(content scraping) 일명 ‘펌질’을 통하여 표절에 대한 유혹을 받기가 점점 더 쉬워지고 있다. 표절은 남의 소중한 지적재산을 제 것으로 가로채어 사용하는 윤리적, 사회적 범죄 임을 인식해야 한다.
표절 없는 세상, 그 곳은 다른 사람의 글 한 줄에 깊이 감동하고 고마워할 뿐 차마 슬며시 내 것으로 가로채지 않는 순하고 맑은 양심이 있는 곳이고, 서로의 연구결과와 작품에 들인 땀과 노고를 인정하고 보호해 주는 사회이며, 서로의 같음과 다름을 통하여 풍성한 창의성을 꽃 피워내는 정직하고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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