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점칠 때 중요시 하는 것이 태어난 시간이다. 별자리 점을 보든 사주를 보든 생년월일 그리고 시를 기초로 한다. 언제 태어났느냐가 인생을 결정한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아마도 대전제가 있었을 것이다. 태어난 지역, 나라가 같다는 전제이다. 지구의 다른 쪽에는 어떤 사람들이 사는 지, 어떻게 사는 지 알지도 못하고 의식도 못하던 시대의 유산이다.
세계를 한 동네처럼 오가는 지구촌 시대가 되고 보니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는 시간 보다 훨씬 중요한 요소가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바로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느냐이다. 2013년 한날한시에 태어난다 해도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와 아프리카 사막 한 가운데서 태어난 아이의 인생은 천양지차일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가장 잘 이해한 사람이 워렌 버핏일 것이다. 투자의 귀재 버핏은 자신이 이룬 모든 성공은 따지고 보면 1930년, 최고의 나라인 미국에서 태어난 덕분이라고 말했다. 제3세계 최빈국에서 태어났다면 아무리 투자에 재능이 있다 해도 할 수 있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가 재산의 거의 전부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정한 데는 이런 인식의 배경이 있다.
가정의 달인 5월, 가족 구성원들의 안녕에 초점을 맞춘 흥미로운 조사결과들이 소개되었다. 지구상에서 어느 나라의 엄마, 어느 나라의 어린이가 가장 복이 많은 지를 비교한 연구들이다. 비영리 어린이옹호단체인 ‘어린이 지키기(Save the Children)’가 발표한 연례 ‘세계 어머니 백서’에 의하면 엄마들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는 핀란드이다. 스웨덴(2위) 노르웨이(3위) 등 북구 국가들이 뒤를 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 임신출산 관련 사망률, 5세 이전 아동 사망률, 교육 수준, 여성의 고위 공직 진출 가능성 등을 비교했는 데 엄마들이 안전하게 자녀를 낳고 키우기 좋은 10대‘엄마들의 천국’은 호주(10위) 빼고는 모두 유럽 국가들이다. 엄마들이 가장 힘든 나라는 콩고, 소말리아, 시에라리온 등 중부 아프리카 국가들. 모자 건강에 초점을 맞춘 이 조사에서 미국은 30위를 차지했다. 선진국답지 않게 높은 신생아 사망률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한편 이 단체의 다른 조사를 보면 어린이가 살기 가장 좋은 나라는 일본이다. 어린이들이 무럭무럭 잘 자라는 데 필수 요소들인 건강, 교육, 영양을 비교한 결과 일본에 이어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가 ‘어린이 천국’으로 나타났다. 최악의 나라는 소말리아.
그렇다면 올해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는 것이 가장 운이 좋은 걸까? 나라별 2030년 경제 사회 전망을 조사한 결과, 2013년 태어난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건강하고 안전하며 풍요로운 삶을 누릴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로는 스위스가 꼽혔다. 2위와 3위는 호주와 노르웨이. 미국과 한국은 각각 16위, 19위를 차지했다.
이들 조사를 보면 일단 북구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인생 로토’에 당첨 되었다는 말이 된다. 안락한 삶이 보장된다. 그런데 의외인 것은 이들 국가의 높은 자살률이다. 객관적 조건이 좋아도 주관적 행복감까지는 채워주지 못하는가 보다. 한편 위의 조사에서 77위인 방글라데시는 행복도 조사에서 항상 수위를 차지한다. 자살 같은 건 구경하기도 힘들다. 이래서 인생은 결국 공평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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