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세 어린이 사라의 폐이식 수술 사례
▶ 부모가“대기규정 예외 달라”청원 네 티즌 호응·법원도‘새치기’승인 성인 폐 이식 받고 회복 중이나 “타인의 기회 빼앗아”공정성 논란
사라 무나간(왼쪽)이 필라델피아 칠드런스 하스피틀에서 언니인 엘라와 나란히 병상에 누워있다. 사라는 성인 의 폐를 이식받고 현재 회복중이다.
사라 무나간(10)은 최근 폐 이식수술을 통해새 생명을 얻었다. 축복받아 마땅한 일이다. 문제는 낭포성 섬유증으로 사망의 문턱까지 갔던사라가 폐 이식수술 대기자 명단의 순서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증 장기를 이식받으려는 환자는 대기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후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기다려야 한다.
다행히 자신에게 맞는 장기를 기증받게 되면살지만, 차례를 기다리다 숨지는 환자의 수도적지 않다. 장기 수요는 늘 공급을 초과한다.
이 때문에 부족한 장기를 누구에게 먼저 주어야 할지 룰을 정해야 한다. 장기를 필요로 하는 환자 모두가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공정한 룰이 나와야 하고,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장기이식은 제로섬 게임이다. 누군가 이득을보면 다른 누군가는 손해를 입는다.
심장이나 콩팥, 폐, 췌장 등을 필요로 하는 환자는 거의 예외 없이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정해진 장기이식 룰에 따라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기까지 느긋하게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이렇듯 모두가 절박한 상황에서 특정인에게유리한 방향으로 규정이 휘어진다면 소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사라의 경우가 문제가 된 것은 올해 열 살인그가 성인의 폐를 기증받았기 때문이다.
2005년 이전까지만 해도 폐를 필요로 하는환자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선착순으로 대기자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기다려야 했다. 어린이와성인이 동일한 조건하에 신청 순서대로 장기를기다리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결정적인 허점을 지니고있었다.
일반적으로 성인 기증자의 폐는 어린이에겐적합지가 않다. 너무 커서 이식이 불가능하거나힘들다. 따라서 성인과 어린이 대기자를 한 줄로세울 경우 어린 환자가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분명히 자신이 이식을 받아야 할 차례임에도불구하고 기증받은 폐의 크기가 맞지 않아 다음번 성인 환자에게‘ 생명의 기회’를 넘겨야 하는 사례가 더러 있었다.
이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2005년에 추가된 새로운 규정에 따라 12세 이하 어린이는 기증자가 그들과 같은 연령대에 속한 경우 1순위 우선권을 부여받게 됐다.
또한 기증자가 12~17세인경우 12세 이하 어린이 대기자는 2순위 우선권을 갖게 된다. 이 때의 1순위는 기증자와동년배, 즉 12~17세 연령층에위치한 틴에이저 그룹이다.
대신 12세 이하의 환자가성인 기증자의 폐를 기증받을 가능성은 크게 제한됐다. 문제의 폐가 성인 환자들 모두에게 적합하지 않을 때에 한해 12세 이하 어린이가 이식을 받게 되지만 이런 사례는 지극히 드물다.
12세 이상, 17세 이하의 사춘기 청소년에게도성인에 비해 유리한 조건이 주어진다. 기증자가같은 연령대일 때 1순위 자격을 행사하는 것은물론 성인과 동등한 입장에서‘ 어른의 폐’를 기다릴 수 있다.
결국 관련규정은 어린이에게 다소 불리했던점을 보완해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정된 셈이다.
연방 정부를 대신해 전국 이식 장기이식 시스템을 감독하는 비영리기관인‘ 장기공유 연합네트웍’ 회장이자 UC샌프란시스코의 이식수술과장인 존 로버츠 박사는“ 이제까지 대기자 순위 규정의 공정성에 이의를 제가기하거나 예외를 요구하는 환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라의 부모가 치명적 유전성 질환인낭포성 섬유증을 앓는 딸에게 대기자 순서의예외를 인정해 달라며 대대적인 청원운동에 나서면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대중은 사라의 편이었다. 사라의 변호사가 법원에 제출한 청원서에는 무려 37만2,000명의서명이 첨부됐다.
사라가 성인 환자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성인기증자의 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것이 청원의 골자다.
“내 딸을 살려 달라”며 사라의 부모가 인터넷에 올려놓은 사연은 기대 이상의 반응을 불러왔고 로버츠 박사의 전자 우편함은 예외를 인정하라는 네티즌들의 이메일 공세로 다운됐다.
사라는 선착순 대기자 서열의 맨 앞쪽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인의 폐는 성인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한다”는 신설 조항을 비껴갈 수만있다면 곧바로 이식수술에 들어갈 수 있었다.
성인의 폐를 사라의 가슴 크기에 맞춰 잘라서 이식해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필요로 하지만 병원 측은 충분한 기술을 갖추고 있었고사라의 부모에게는 관련 비용을 감당할 경제적능력이 있었다.
공은 일단 대기자 명단을 관리하는 장기공유 연합 네트웍으로 돌아가는 듯 했다. 그러나장기공유 연합 네트웍이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하기도 전에 연방 법원이 사라의 청원을 승인하는‘ 새치기 판결’을 내렸다. 법원의 결정적 도움으로 사라는 최근 이식수술을 받았고현재 빠른 속도로 회복중이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폐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는 총 1,754명이고 이 가운데 32명만이 18세 미만의 미성년자였다. 또 지난주 기준으로 폐 기증을 기다리는 미성년자는 70명,성인은 1,589명으로 집계됐다.
2013년에 폐 이식수술을 받은 성인 환자는1,722명이고 210명은 제 때 기증자를 찾지 못해 숨졌다.
장기공유 연합 네트웍의 로버츠 회장은 모든어린이들에게 장기이식의 최우선권이 주어져야마땅한 것이냐고 반문한다.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우선순위를 주기를원한다”는 로버츠 회장은“ 그러나 홀로 세 명의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젊은 가장보다 10세 어린이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이 과연 공정한 일인지는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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