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의력 필요한 일 할 땐‘커피점 정도 소음’이 최적 너무 조용하면 문제를 객관화 시킬 거리 확보 못해 컴퓨터 화면도 푸른색일 때 창조적 작업능률‘쑥쑥’
조용한 환경과 집중력은 분명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집중력보다 창의력을 요구하는 작업의 경우는 약간 소음이 있는 곳이 좋다.
올해 초 ‘소비자 리서치 저널’에 게재된 보고서에 따르면 주변 환경의 소음수준이 70데시벨 가량인 경우 50데시벨인 때에 비해 작업 능력이 개선된다.
70데시벨은 방문을 닫고 있을 때 거실에서 흘러들어오는 TV소리 정도에 해당한다. 귀를 쫑긋 세우고 애써 들으려 노력해야 TV 대화 내용을 감 잡을 수 있다. 한마디로 아주 시끄럽지도, 아주 조용하지도 않은 수준의 소음이다.
데시벨이 이보다 낮은 50 정도면 조용한 편에 속하고 70을 훌쩍 넘어서면 어수선한 느낌에 주의가 분산된다는 게 보고서의 요지다.
데시벨이 믹서기나 블렌더(blender)라든지 음식찌꺼기 처리기인 가비지 디스포절(garbage disposal)의 작동음 수준인 85데시벨 이상이 되면 정신집중이 안되고 시끄럽다는 느낌이 들며 장시간 노출될 경우 청각 피로로 짜증이 일게 된다.
우연찮게도 70데시벨은 전형적인 커피점의 소음 수치다.
무선 인터넷환경이 조성된 커피점마다 노트북을 펴놓고 작업에 몰두하는 사람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이들은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최상의 능률을 올릴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선택한 셈이다.
커피머신이 돌아가는 소리와 나지막히 웅웅대는 ‘카페인 잡담’이 어우러진 커피집의 소음은 창의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데 도움을 주는 훌륭한 배경음이다.
소비자리서치 저널에 게재된 소음 보고서는 어바나-삼페인 소재 일리노이대 연구진에 의해 작성됐다.
연구팀은 실험 참여자들을 다양한 수준의 소음에 노출시킨 뒤 상품개발과 관련한 아이디어 모임을 갖도록 했다.
이어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신상품 아이디어를 배경음과 연관 지어 살펴본 결과 70데시벨이 창의적 작업의 능률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최적의 소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지휘한 일리노이대 경영학 부교수 라비 메타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한 곳은 정신을 집중시키기에 좋지만 개괄적이고 추상적인 사고, 다시 말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기에는 적합지 않다”고 강조했다.
메타 부교수는 눈 앞의 문제에 지나치게 집중하게 되면 해법을 찾는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문제에 너무 몰두하다보면 스스로가 문제에 빠져 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리를 확보하지 못한다.
실제로 좀처럼 풀기 힘든 문제와 시름을 하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돌아오면 갑자기 번갯불에 번쩍하듯 해결책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주의가 적당히 분산되어야 작업의 효과가 늘어난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한 가지 분명히 알아야 할 사실은 온건한 수준의 소음이 보다 광범위한 사고를 하는데 도움을 주는 경우는 창조적 작업에 국한된다는 점이다.
반면 세밀한 부분에 주의를 기울여야하는 프로젝트, 예를 들어 문서 교정이라든지 세금보고서 작성과 같은 작업은 50데시벨 이하의 조용한 환경에서 능률이 올라간다.
메타 박사는 이와는 별도의 실험을 통해 특정 색깔에 대한 노출도 작업 능률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컴퓨터 배경화면의 스크린 색상을 푸른색으로 설정하면 창의적 작업의 성과를 높일 수 있고 디테일에 초첨을 맞춘 작업을 할 때에는 붉은 색 배경화면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실내구조와 작업능률도 일정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천정이 높고 개방형인 큰 방에서 창조적 작업을 할 때 능률이 쑥쑥 올라간다.
일리노이대의 연구결과는 커피티비티(Coffitivity)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지닌 온라인 사이트의 탄생으로 연결됐다.
버지니아 커몬웰스 유니버시티 경영대학원에서 기업활동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는 에이시이 콜우드는 돈이 될 만한 일을 찾기 위해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커피점에서 모임을 가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콜우드는 적당한 소음이 창의적 작업을 촉진 시킨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커피점을 모임장소로 선택한 것은 그저 편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비 투자자 모임의 회원 가운데 한명인 저스틴 카우즐러는 우연한 기회에 소음과 창의적 작업 사이의 긍정적인 상관관계에 주목하게 됐다.
조용한 회사보다 커피점에서 일을 할 때 능률이 오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상사에게 스타벅스에서 온라인을 통해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보기 좋게 거절을 당했다. 일리노이대학의 연구결과까지 찾아내 제시했으나 고지식한 그의 상사는 요지부동이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카우즐러와 그의 예비 사업 파트너들은 사무실에서 커피점의 소음을 들어가며 일할 수 있도록 작업환경을 설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사업 아이디어가 나온 셈이다.
오디오 장비를 들고 맞춤한 소음 수준을 지닌 커피점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싸돌아다닌 이들은 ‘적정 소음’을 방출하는 몇몇 업소를 발견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창의성을 높여주는 커피점 소음을 공개한 첫 날인 지난 3월 4일 예상을 뛰어넘는 120회의 조회수를 기록한 이들의 사이트는 곧이어 눈부신 성장속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초기 반응에 잔뜩 고무돼 응용 프로그램 제작을 준비 중인 카우즐러와 그의 동료들은 “사용자가 가장 많은 도시는 서울이고 뉴욕과 런던이 그 뒤를 잇고 있으며 런던, LA와 시카고가 각각 4~6위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구제적인 요구사항도 부쩍 증가하는 추세다.
대부분이 배경음에 섞여든 영어에 태클을 건다. “미국식 억양이 귀에 거슬린다”는 몇 명의 호주인은 그들의 영어를 삽입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이스라엘의 한 랍비도 배경음에 헤브류어가 사용되었으면 한다며 유대인 학습센터에 가면 똑 부러지는 헤브류어를 녹취할 수 있다고 귀띔해 주었다.
이에 대해 카우즐러는 “본인이 직접 녹음을 해서 보내주면 앞으로 나올 국별 버전에 삽입해 삽입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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