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시아나기 사고원인 논란 속 한미 미묘한 신경전
▶ ‘90초 이내 대피’놓고도 엇갈린 해석, 잔해 제거·활주로 원상복구 시작
연방교통안전위원회가 11일 공개한 사고 아시아나 사고기 내부 모습. 왼쪽으로 불 탄 의자의 모습이 보이며 내부가 완전히 잿더미로 변해 당시의 참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아시아나 항공 214편 충돌사고에 대해 일반적인 다른 항공사고와 달리 사고의 원인과 대처과정을 비교적 신속하고 적나라하게 발표함으로써 그 내용을 둘러싸고 한미당국은 물론 조사기관, 관계자들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오가고 있다.
NTSB 측은 초기 발표 때 조종사의 과실 쪽에 무게를 둔 듯한 발언을 한 반면, 한국의 국토부 측과 아시아나 항공 측은 기체결함 또는 관제탑 실수 등 쪽에 과실이 있는 것처럼 대응하고 있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그동안 NTSB가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논란이 되고 있는 분야를 정리해 본다.
■기체결함, 관제사 경고 유무 논란
아시아나항공 214편 조종사들은 충돌 직전에 두 차례나 착륙을 포기하고 기수를 올리라는 뜻인 ‘복항’(go around)을 외친 것으로 드러났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데버러 허스먼 위원장은 11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조종실 대화 녹음을 더 정밀하게 분석했더니 충돌 3초 전 누군가가 ‘복항’을 외쳤고 1.5초 전에도 ‘복항’이라는 고함이 들렸다”고 설명했다.
조종사들이 충돌 직전에야 잘못된 고도와 속도로 활주로에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수를 올리려던 정황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허스먼 위원장은 녹음 기록에 따르면 충돌 9초 전까지도 조종사들의 대화에는 속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조종사들이 비행기의 고도와 속도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허스먼 위원장은 현재까지 조사에서는 각종 자동계기는 비행 중에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으며 고장 징후는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정호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착륙 때 조종사와 관제사 간의 교신 내용을 분석한 결과 착륙 접근 당시 관제사가 경고한 것은 없었다고 11일 밝혔다. 최 실장은 “관제사가 직무를 어떻게 수행했는지 조사중이다. 관제사 책임 여부도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비상탈출 지연 조사 필요
NTSB는 10일 브리핑에서 허스먼 위원장은 “꼬리 부분이 잘려나간 (아시아나기) 동체가 활주로를 벗어나 360도 회전한 뒤 멈춰서고도 기장은 관제탑과 교신하느라 승객들을 자리에 그대로 앉혀놓으라고 승무원에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고 직후 승객 탈출이 90초 이내에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NTSB 측은 또 항공기 비상사태 때 90초 이내에 승객 전원을 탈출시켜야 하지만 지시를 내리지 않았고 그 때까지 첫 번째 탈출용 슬라이드도 내려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충돌 후 약 90초가 지난 뒤 2번 탑승구에 있던 승무원이 동체 외부 중간쯤에 치솟는 불길을 창문을 통해 목격하고 이를 조종실에 보고된 뒤에야 탈출이 시작됐으며, 그때야 비상구가 개방되고 탈출용 미끄럼틀이 펼쳐졌다.
그러나 한국 국토부는 90초 이내 비상탈출을 해야 한다는 것은 ‘항공기 정지 후 90초 이내’가 아니라 ‘기장의 비상탈출 선언 후 90초 이내’에 승객을 탈출시켜야 한다는 것이고, 이 기준도 모든 사고 현장에 똑같이 적용할 순 없다고 말했다.
■34초 전 강한 불빛에 시야 방해
충돌 34초 전에 이강국 기장의 눈에 비쳤다는 불빛은 시야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장은 불빛을 보기는 했지만 재빨리 시선을 돌렸고 계기판을 분명하게 볼 수 있었으며 햇빛이 반사된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고 NTSB는 전했다.
■구급차 늑장 출동 논란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CHP)가 공개한 구조요청 전화에 따르면 한 여성 승객은 “우린 땅바닥에 그대로 있다. 20분이 지났는지 30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며 “머리를 심하게 다친 채 활주로 누워 있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 한 여성이 거의 의식을 잃고 있어 살리려고 애쓰고 있다”고 부르짖었다. 구급차의 늑장 출동에 대한 논란이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당국 관계자들은 당시 사고기가 폭발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구급차들이 기체에 가깝게 접근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허스먼 위원장은 구급차와 소방차가 늑장 출동했다는 탑승객의 주장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확인할 사항은 산더미”라고 말했다.
■항공기 잔해 제거 작업
NTSB는 현장조사를 위해 사고 당시 그대로 놔뒀던 항공기 잔해도 전날부터 치우기 시작했으며 사고가 난 활주로 조사도 끝내고 원상복구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또한 NTSB는 현장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보고 허스먼 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요원은 워싱턴 DC 본부로 복귀하기로 했다. NTSB의 샌프란시스코 현지 브리핑도 더는 개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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