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졸고 있는 개펄의 폐선 한 척이
앞에 서 있는 여자 한 명을, 아니
그 옆의 친구들까지를
그립게 했다가 외롭게 했다가 한다.
그렇게 밀고 당기는 속성이
그 폐선 위에도 살고 있는 것인지
갈매기가 몇 뜨니 더욱 그런다.
난 예 풍경을 눈에 꼭 담고 상상한다.
폐선이란
낡아 저무는 모습이 아니라
저물어선 안 될 걸
환기시키는 어떤 힘이라는 것을.
그런 힘이 밀물 썰물처럼
주변을 끌어당겼다 놓았다 할 때
그게 진짜 아름다운 폐선이란 것을.
나도 언젠가는 저처럼
누굴 그립게 끌어당겼다 놓았다 하는
몽대항 폐선이 되리란 꿈을 꾼다
김영남(1957-) ‘몽대항 폐선’ 전문
이름도 나른한 몽대항이라는 항구의 몽환적 정경의 중심은 갯벌에 버려진 폐선이다. 한때 젊고 힘센 어부들과 싱싱한 생선을 실어 나르고 몇 번이나 부서질 듯 폭풍의 바다를 이겨낸 배, 지금은 홀로 바닷바람에 낡아가고 있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을 환기시키는 듯 햇살에 버려진 폐선은 어느 튼튼한 선박보다도 아름답다. 이것이 사라지며 빛나는 소멸의 미학이려니, 아름다운 소멸이란 낡아서 더욱 깊은 카리스마를 품게 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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