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슴도치가 슬프다 온몸에 바늘을 촘촘히 꽂아놓은 것을 보면 슬프다 그렇게 하고서 웅크리고 있기에 슬프다 저 바늘들에도 밤이슬이 맺힐 것을 생각하니 슬프다 그 안에 눈 있고 입 있고 궁둥이 있을 것이기에 슬프다 그 몸으로 제 새끼를 끌어안기도 한다니 슬프다 아니다 아니다 제 새끼를 포근히 껴안고 잠을 재우기도 한다니 나는 고슴도치가 함함하다
신현정(1948-) ‘나는 고슴도치가 함함하다’ 전문
밤송이처럼 가시를 온몸에 달고 살아가는 고슴도치를 바라보며 시인은 슬퍼진다. 가시 속에서 먹고 자고 사랑을 할 것을 생각하니 측은하다. 밤이슬이 내리면 그들의 뾰죽한 털끝마다 눈물처럼 이슬이 맺힐 것을 생각하니 더 슬프다. 그러나 고슴도치 생에 슬픔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몸으로도 새끼를 낳아 포근히 끌어안아 잠을 재운다니, 안쓰럽고도 귀하다. 그래서 시인은 말한다. 저 숭숭한 고슴도치도 예쁘고 함함하지 않으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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