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엔 나이가 없다더니…
▶ 몸매 재생 위해 뒤늦게 시작한 운동 동년배 체력상태 너무 잘 이해해 주고 돈벌이 아닌 열정으로 지도 인기 높아
개인 트레이너인 샤론 힐(가운데)이 다이앤 마클리(왼쪽)를 지도하고 있다. 뒤쪽에서 몸을 풀고 있는 엘렌 게스트의 모습이 보인다.
엘렌 게스트(67)가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하기로 작정했을 당시 그녀는 자신의 운동을 지도할 사람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었다. 대리석을 깎아놓은 듯 군더더기 한줌 없는 단단한 구릿빛 몸매의 소유자이자 진지한 표정을 지닌 젊은 남성이 게스트가 그려낸 그림이었다. 그러나 그녀 앞에 나타난 트레이더는‘생기발랄한 60대 금발 여성’인 샤론 힐이었다. 게스트는“처음에 조금 놀랐지만 나보다 불과 네 살 아래인 힐이 개인 트레이너라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건장한 30세 청년이 갖고 있는 운동의 개념은 아무래도 60대의 힐이 생각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듯싶었다. 운동과 담 쌓고 살아온 60대 여성이 원기 왕성한 30대 젊은 남자 코치의 기대 수준을 따라잡으려 버둥대는 것은 운동이 아니라 차라리 고문에 가까울 수 있다. 어슷비슷한 나이라면 마음과 몸이 따로 노는 자신의 처지와 형편을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게스트는 자신의 예상이 빗나간 것이 차라리 반가웠다.
허영심의 발로인지, 아니면 정말 건강에 대한 걱정 탓인지 몰라도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몸매관리’를 위해 체육관으로 밀려들고 있다.
체육관을 찾는 사람들의 나이만 올라간 것이 아니다. 이들을 맞아들이는 트레이너와 코치 가운데에도 희끗희끗한 머리의 ‘백발 노장’이 늘어났다. 피트니스 전문가들의 전국 차원 기구인 IDEA의 연구는 체력관리에 열을 올리는 나이든 성인들의 숫자가 꾸준히 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IDEA는 이와 함께 지난 2010년 LA에서 열린 월드 피트니스 컨벤션에 참석한 55세 이상의 트레이너와 강사 비중 역시 2004년의 5%에서 2010년에는 12%로 급등했다고 밝혔다. IDEA의 개인 트레이너연구소 모임에도 45세에서 64세 사이의 참석자 숫자가 45%에서 64%로 증가했다.
IDEA의 전무인 캐디 데이비스는 “의심의 여지없이 우리는 나이든 사람들이 피트니스업에 뛰어드는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비부머의 노화가 진행되고 있으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일터를 떠나지 않고 버티고 있다. 피트니스업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머리에 흰서리가 내리도록 현역으로 남아 있는 개인 트레이너와 코치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생업의 터전인 체육관을 사수하는 ‘고참’과 은퇴 후의 새로운 삶을 찾아 자신이 평소 하고 싶던 피트니스업에 뛰어드는 나이든 ‘신참’으로 인해 트레이너의 평균 연령은 조금씩 키를 높이고 있다.
이로 인한 직접적 수혜자는 동년배의 고객이다.
지긋한 나이의 트레이너나 코치는 확실한 장점을 지닌다.
다이아몬드 가공사로 활동하다 은퇴한 후 5년 전 공인 트레이너로 변신한 줄레스 윙클러(79)는 자신처럼 나이 든 체육관 강사의 장점으로 열정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흔히 젊은이들은 생계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트레이너 직을 택한다. 그들에게 트레이너 직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하지만 힐과 윙클러는 단순한 금전적 이익 이외의 것을 추구한다. 평생 역기를 벗 삼아 살아 왔다는 윙클러는 빼어난 마라토너이기도 하다.
그는 노인들에게 운동이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자신의 예를 통해 보여주길 원한다.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 손에 쥐게 되는 돈은 윙클러의 표현을 빌리자면 ‘보너스’다.
힐이 은퇴 후의 커리어로 개인 트레이너를 택하게 된 경위는 조금 색다르다. 힐은 32년간 IBM, 디지털 이퀴프먼트 코퍼레이션과 제록스 등 굵직굵직한 대기업에서 세일즈 관리 담당자로 32년을 보냈다.
세일즈 관리의 업무 특성상 책상 앞에 앉아 지내는 시간이 많았고, 스트레스 수위도 높았다. 출장여행을 통해 기록한 연간 항공 마일리지만도 10만마일에 달할 정도로 고단한 직업이었다.
맛없고 영양가 없는 항공기 기내식을 먹고, 수면부족과 운동부족에 시달리다 보니 그녀의 몸은 급속히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망가진 몸을 다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힐은 2001년 10월, 사전 예약조차 하지 않은 채 거의 충동적으로 집 근처에 새로 문을 연 체육관을 찾아갔다.
힐은 그곳에서 피트니스 퀘스트 10의 관장인 토드 더킨의 지도 하에 일대일 훈련을 시작했다. 그의 조언을 받아들여 주말 조깅그룹에도 가입했다.
얼마가지 않아 힐에게 전혀 가능할 것 같지 않았던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선 5킬로 경주에 출전해 자신이 속한 연령그룹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턱걸이를 세 번이나 할 수 있게 된 것도 기대밖의 일이었다. 대부분의 여성은 신체구조적인 특징 탓에 턱걸이를 전혀 하지 못한다.
뛰고 달리다 보니 몸매에도 변화가 왔다. 그녀의 옷 치수는 사이즈 8에서 사이즈 4로 떨어졌다.
힐은 토드의 애제자로 자리매김했다. 신규 가입자가 들어올 때마다 토드는 힐을 소개했다.
이에 대해 힐은 새로운 가입 회원에게 “50대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당신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그 당시 힐은 은퇴를 고려하던 중이었다. 신물 나는 세일즈 일에서 손을 떼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백수로 지내기는 싫었다. 꼭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토드에게 “나 같은 사람을 트레이너로 고용할 용의가 있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그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그는 힐의 제안을 들었을 때 나름의 계산이 섰다고 털어놓았다. “그녀의 배경으로 보아 우리 체육관을 찾는 기업인이라든지 나이든 분들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힐은 남편의 전폭적인 ‘외조’를 받아가며 UC샌디에고의 개인 트레이너 인증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상태에서 학교로 복귀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해부학과 운동생리학 강의도 들어야 했는데, 외울 것이 너무 많아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10개월 만에 프로그램을 이수한 힐은 미국의 유수한 개인 트레이너 인증기관 가운데 하나인 ‘아메리칸 카운슬 온 엑서사이즈’에서 자격증을 따낸 뒤 2002년 가을 토드를 찾아갔다.
당시 개인 강사를 필요로 하는 빈 클래스는 단 한 곳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업무에 쫓기는 기업 중역 부부가 그녀의 첫 원생이었다. 운동시작 시간은 새벽 5시. 그 이후 2년간 힐은 새벽 5시에 체육관으로 출근했다. 그 사이 힐을 개인 트레이너로 지목한 나이든 훈련생 수도 늘어났다. 운동시간도 아침 8시30분으로 조정됐다.
올해 63세인 힐은 1주일에 이틀만 일한다.
14명의 훈련생을 상대로 한 번에 60분씩, 주당 한 번 혹은 두 번 운동을 지도한다. 개인훈련은 1대1, 혹은 2인 1조로 진행하며 회원 등록비는 시간당 평균 70달러다.
힐은 자신의 수입을 토드와 50 대 50으로 나눠 갖는다. 그녀의 지도방식은 철저히 원생들의 눈높이, 혹은 몸 상태에 맞춰져 있다. 나이든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과 균형 개발이라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힐은 나이가 지니는 모든 제한과 제약에도 불구하고 운동은 반드시 시작해야 할 여정과 같은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녀는 종종 자신을 살아 있는 본보기로 제시한다. 본보기 교육은 확실히 효과가 있다. 수련생들은 힐이 늦게 운동을 시작했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는다. 너무 늦지 않았다는 용기도 생긴다.
힐의 두 번째 은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회사에 사표를 냈을 때 적극적으로 그녀를 만류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나이든 힐의 제자들은 그녀를 놓아주려 들지 않는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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