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노헤이까 반자이’- ‘천황폐하 만세’-.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 그러니까 일본제국주의 시대를 경험한 분들은 지겹도록 많이 듣던 소리다. 그 시절 대본영은 이런 선전을 해댔다. ‘충성스런 황군(皇軍) 병사들은 적탄에 산화할 때에도 천황폐하 만세를 외친다’-.
과연 그랬을까. “숱한 전투를 겪었다. 죽어가는 병사들, 그들이 천황폐하 만세를 부르는 것은 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찾는 것은 거의 대부분이 어머니였다.” 생환한 일본 패잔병들의 하나같은 증언이다. ‘데노헤이까 반자이 신화’는 허구였다는 사실을 폭로한 것이다.
수령님의 초상화를 내 목숨보다도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러므로 수령의 초상화부터 보위해야 한다. 북한주민들이 받는 교육이다. 그래서인가. 북한에서 가끔 이런 보도가 전해진다. 집에 불이 나 어린 자식은 불에 타 죽었다 그러나 수령님의 초상화를 구해냈다는 식이다인지상정(人之常情)이란 말이 있다. 그 인지상정으로 말하면 가장 애지중지하는 것은 자식이고, 부모이다. 인간의 정리까지 무시된다. 그리고 수령에 대한 턱없는 충성만 요구된다. 그 체제가 수령절대주의의 북한이다.
그 북한체제와 가장 닮은 체제는 그러면 어떤 체제일까. 스탈린의 소련. 아주 틀린 답은 아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북한이 ‘원쑤’로 보는 군국주의 일본이 정답이다.
상징조작에서부터 군국주의 일본의 수법을 카피했다. 백마를 탄 수령의 이미지는 백마를 탄 히로히토의 모습을 흉내 낸 것이라는 게 북한문제전문가 브라이언 마이어스의 지적이다.
민족이데올로기라는 것도 그렇다. 일본민족주의를 번안하다시피 했다. 그러면서 순수하기만 해 외세에 고통만 당해온 조선민족은 민족을 지켜줄 위인을 갈망하게 되는데 그것이 김일성이라는 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여기서 탄생한 게 김일성 우상화 작업으로, 북한은 공산주의국가도 아닌 가장 극악한 형태의 파쇼의 나라라는 것이 마이어스의 주장이다.
북한이 헌법보다 상위규범이라는 이른바 ‘당의 유일사상 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을 개정한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 공산주의란 표현은 아예 빠졌다. 그리고 당과 혁명의 명맥을 백두산 혈통으로 영원히 이어나가며 순수성을 고수한다고 명시했다.
요지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김일성에서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가계우상화를 더한층 강화하자는 것이다. 관련해 눈길을 끄는 부문은 당 간부들을 견제하는 신설조항이다. 무엇을 말하나.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성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 군부대 공연 중 천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났다. 사고현장에 있던 5,000명에 이르는 군인 중 아무도 수령의 초상화를 구하지 않았다. 같은 무렵 북한에서 전해진 소식이다.
작다면 작은 에피소드다. 그러나 이 역시 뭔가를 상징하는 사건이 아닐까. 인륜마저 도외시해온 수령절대주의체제가 결국은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