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불가(佛家)에서 부부의 인연은 팔천 겁(劫)이 되어야 맺어진다고 한다. 석가모니의 ‘인연정’에는 “오백 겁의 인연이 있어야 옷깃이 스치고, 일천 겁의 인연은 같은 나라에 태어나게 하고, 삼천 겁이면 하룻밤을 함께 묵게 하고, 오천 겁이면 한 동네에 살게 하며, 칠천 겁이면 한 집에 태어나 살게 한다”고 했다. 한 겁은 세상이 한 번 만들어졌다가 사라진 후 다시 만들어질 때까지의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즉 몇 억 만년의 시간이다. 부부로 맺어져 가정을 이루어 자녀들을 낳고 그 자녀가 다시 성장하여 가족을 이루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큰 대업이다. 그렇게 맺어진 부부가 아들을 낳으면 옛날에는 대문 새끼줄에 빨간 고추를 매달아놓고 흐뭇해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들 낳으면 아주 큰 일 한 듯 다리 뻗고 자고, 딸을 낳으면 죄인이 된 듯 딸만 낳은 어머니들은 쉬지도 못하고 일을 하던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도 있었다. ‘딸이 대세’인 요즘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얘기이리라. 이제는 아들, 딸 구별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오히려 아들보다 딸을 선호한다.
우스개 소리로 “잘난 아들은 나라의 아들, 똑똑한 아들은 사돈댁 아들, 못난 아들은 내 아들”이라 한다. 그리고 장성한 아들은 내 아들이기 전에 며느리의 남편이란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면 내 인생길의 동반자인 남편 역시 내 아들이 아니라 남의 아들이다. 많은 여성들이 이 점을 잊고 그저 내 아들만 귀하고 남의(?) 아들의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갈 때가 많은 것 같다.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이 아들을 낳아 기를 때 온 정성을 다 기울인다. 어린 아들이 커서, 저녁때가 지나 들어와 밥 달라 해도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느라 녹초가 됐어도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힘든 내색 안하고 열심히 밥상을 차린다. 농부가 논에 물 들어가면 그저 좋아하는 것처럼 자식 입에 먹을 것이 들어가면 어머니 마음은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들이 먹고 싶다는 말만 하면 손이 많이 가는 어떤 음식이라도 척척 해준다. 얼마 전 아는 지인들과 식사자리에서도 이런 얘기가 나와 웃었다. 남의 아들(?)인 남편이 무엇이 먹고 싶다는 말을 하면 “나 피곤한데 다음에 해 줄게”라는 말을 했는데 어느 날 남편이 “자기 아들만 챙기지 말고 남의 아들도 좀 챙겨 달라” 하소연 하더라는 얘기였다. 또 어느 집에서는 생선 굽는 냄새가 진동하며 남편은 아내가 자신을 위해 굽는 줄로 알고 좋아했단다. 상위에 차려진 생선을 보고 너무 좋아 젓가락을 뻗치는 순간 아내가 “아들아. 생선 먹어라. 너를 위해 구웠단다”라면서 남의 아들에게는 손도 못 대게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 만큼 자식사랑, 내리사랑이 크다는 것을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 아들이 소중하면 시어머니의 아들도 소중하고 귀한 것이다. 항상 곁에 있는 사람은 너무 가까운 나머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귀중함을 모른다. ‘있을 때 잘해’ 라는 말이 있다. 떠나고 나면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내 아들만 챙기지 말고 남의 아들도 잘 챙겨 팔천 겁이나 되는 부부의 연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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