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한국정치는 한심한 정도가 아니다. 물 타기 정치요, 꼼수 정치요, 적반하장의 정치며, 흙탕물 속의 몸싸움이다. 게다가 많은 언론들도 여기에 합세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이나 본질을 해명하여 국민의 판단을 돕지 않고 맥락과 상황은 제쳐놓고 말의 꼬투리만 잡아 여야 모두 잘못이란 인상을 심어주고, 따라서 정치에 대한 실망, 절망, 허무감만 남겨 준다. 많은 이들이 “싸움만 하는” 정치인들에 실망하고 정치에 무관심하게 된다. 바로 집권자들이 원하는 대로다.
정치인들의“싸움”은 나쁘기 만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정의를 위한 정당한 투쟁일 수도 있고 불의를 정당화하고 은닉하려는 비열한 정략일 수도 있다. 현실정치에서 가끔 그 차이가 모호할 때도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국정원 문제도 그렇다. 국가의 공익을 위해 존재하는 국정원이 특정정당의 지도급 인사들에게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라는 공개해서는 안 될 문건을 공개하여 대선에 악용할 수 있도록 도운 것도, 저들 인사들이 그런 문서를 국정원에 요구한 것도 모두 파렴치한 범죄행위들이다.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할 국정원이 선거일에 즈음하여 특정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조작하여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한 것이나, 이를 공정하게 수사해야할 경찰들이 그 결과를 특정후보에게 유리하게 조작하고 은폐하려한 것이나 모두 천인공노할 범죄행위들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공개해서는 안 될 국가의 특급비밀을 자기 멋대로 등급을 조정하여 공개한 국정원장의 행태, 참으로 용서할 수 없는 공권 남용이요 탄핵의 대상이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국정원 여직원의 인권침해니, 막말정치니, 선거불복이니, 국론분열이니, 거리정치니 하는 말들은 모두 꼼수요 말장난이다. 그런 꼼수나 말장난이나 물 타기 전략에 시간과 생각을 허비하는 질 낮은 정치인들과 정당, 저런 이들을 국회의원으로 뽑아 준 국민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의 정치수준이 고작 이것인가?집권자들이 권력을 남용하고 헌법질서를 유린할 때, 또 이를 방지하려는 모든 제도적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때 남은 것은 장외투쟁일 수밖에 없고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길밖에 없다. 6.10 항쟁이 없었으면 전두환 장군이 권력을 내놓았을까?불의의 핵심을 캐기 위해, 정의의 승리를 위해, 민주주의 정도를 위해 열심히 뛰는 국회의원들도 많다. 저들이 있기에 한국 민주주의에는 희망이 있다. 저들에게 손뼉을 쳐주고 용기를 북돋아 줘야 한다. 집권자들이 순리에 따라 범죄자들을 처벌하고 공권남용을 중지할 때까지 촛불집회는 계속돼야 한다. 오직 국민적 저항만이 민주질서를 지키고 유신시대로의 회귀를 막을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의 정치인이라고 한다. 민주주의 원칙대로, 헌법의 요구대로, 국기를 문란한 모든 범죄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국정원장은 해임하고, 다시는 정치개입을 못하게 국정원을 개혁한다면 이는 얼마나 멋있고 아름다울까? 제발 좀 원칙대로 정치를 해볼 수는 없는 것인가?이것은 야당에 양보하는 것이 아니고 순리와 정도를 따르는 것일 뿐이다. 더 늦기 전에 박근혜대통령은 청와대를 나와서 성난 민심의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치인들이 민생문제로 서로 토론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공권남용으로 서로 다투는 것은 창피한 일일 뿐이다. 그것은 한국정치의 수준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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