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장년 남성에게도 ‘빈집 증후군’
▶ 격한 분노.위험감수 형태...치료해야
50대 직장여성 김모씨는 얼마 전 남편에게 충격적인 고백을 들었다. 하나뿐인 아들이 타 도시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뒤 1년이나 우울 증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이야기였다. 아들을 대학에 보내고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는 등 자유로움을 만끽하던 김씨에게는 남편이 ‘빈집 증후군’에 따른 우울감에 시달렸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김씨는 “전업 주부들이 자녀의 출가 후 겪는 빈집 증후군을 남성들이 똑같이 겪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특히 주변 친구들을 보니 남편과 같이 자녀 양육에 많은 신경을 쓰는 남성들이 그렇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인 이모씨는 최근 홀로 지사에 근무하면서부터 탈모증상이 생기고 있다. 가족이 없는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퇴근 후 자주 술을 마신 탓이라고 생각하고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는 뜻밖에도 외로움으로 인한 우울증을 진단했다.
이씨는 “우울증은 흔히 여성들이 겪는다고 알고 있었는데 나 같은 기러기 아빠들도 가족과 떨어진 외로움으로 인해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며 자신이 우울증에 걸릴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처럼 남성들도 여성 못지않게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인 중ㆍ장년층 남성들이 겪는 우울증 문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울증은 흔히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앓는 질환으로 여겨져 왔다. 실제로 우울증을 진단 받는 비율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2배 더 높게 나타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우울증 진단의 ‘성별 차이’는 실제 현실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것으로 남성도 여성과 비슷한 비율로 우울증에 걸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하버드 의대 연구진이 정신건강 장기 연구의 일환으로 성인 5,700명(여성 3,310명, 남성 2,382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진단 기준을 시험해 본 결과 유사 우울증 증상을 경험한 남성의 비율이 30.6%, 여성은 33.3%로 나타나 남녀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자마 정신의학’(JAMA Psychiatry) 저널에 실린 리사 마틴 박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남성들이 주로 겪는 유사 우울증 증상을 포함하면 남녀 간의 성별 차이가 별반 다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사 증상은 격한 분노, 위험감수, 약물남용, 일중독 등으로 일상생활에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정신의학 전문가는 “문화적으로 남성은 남성으로 여성은 여성으로 길러지는데, 남성의 경우 눈물을 보이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면 좋지 않게 보는 문화가 남성 우울증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울증 치료는 개인적인 차원과 함께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접근해야 되는 문제”라고 권고했다. <함지하·김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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