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은 우리 집에서 10 분 거리에 산다 그리고 텃밭에서 고추, 깻잎, 방울 토마도 등을 기르는데 그 중 부추도 들어 있다. 그런데 그 부추에 관한 한 모녀가 암묵적 합의가 있다. 딸이 부추를 집으로 가져오면 집 사람은 그 다음 날 부추 만두를 만들고 그러면 딸은 나의 귀여운 손자, 손녀 둘을 데리고 와서 만두 파티를 벌인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 집에서 만두 파티를 여는 날 손자 손녀들이 손에 만화 영화인 것 같은 DVD를 들고 왔다. 나는 귀여운 손자, 손녀와 재미있는 대화를 그 놈의 만화 영화 때문에 망칠 것 같아 DVD 플레이어가 고장이 났다고 하면서 틀지 못하게 했다. 그랬더니 나의 딸이 정색을 하면서 나에게 항변을 했다.“아빠 J 가 초등학교 일학년이에요, 우리 가족 모두 즐겁게 저녁을 먹게 DVD는 나중에 틀자고 설명을 해야지 왜 기계가 고장 났다고 거짓말을 해요” 한방 얻어맞은 것 같았고, 이것이 세대 차이, 그리고 내 딸은 미국에서 공부하고 자랐으니 문화적 차이 일것이라 생각하며 “그래 네 말이 맞는 것 같구나” 하고 웃고 넘어 갔다
그 다음 날 학교 후배를 만난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하면서 좋은 결과를 위하려 했더라도 거짓말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더니 그의 대답이 재미있었다. “아휴 한국의 TV 드라마를 보세요, 모든 줄거리가 전부 거짓말로 시작되는 스토리이지요. 몰래 처녀 시절 어린애를 배고 어쩌고, 두 연인의 부모들이 과거에 연인이었고, 미혼모의 애가 어떻게 되고… 어쩌고 저쩌고 뭐 다 이런 것들 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 비밀을 거짓말로 지켜 나가는 주인공을 잔뜩 아름답게 전개하는 데에 문제가 있지요. 한국은 거짓말이 미화되는 나라예요”
그 말을 듣고 생각하니 나도 어떤 드라마에서 형사가 병들어 죽을 것 같은 아내를 위하여 범죄 조직으로부터 돈을 받는 이야기에서 그 불의의 형사를 인간미 넘치는 주인공으로 묘사하는 것을 본 것이 생각나면서 한국인 모두가 거짓말을 아름답게 펼치는 문화가 꽤나 국민 전부의 잠재의식 속에 심어져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면서 아마도 한 두달 안에 어떤 잡지에 이석기가 왜 종북사상에 물들게 되었나 하면서 그의 어린 시절 눈물지은 글이 나올 수도 있겠고, 전두환 씨의 며느리나 손자 한 명쯤 눈물나는 수기가 소개될 수도 있겠고, 윤창중 씨 부인이나 누군가 울면서 인터뷰 하는 기사쯤 하나 나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 하면서 이들 모두 아름답고 인간미 넘치는 거짓말의 이야기가 전개 될 수도 있겠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참에 검찰총장 채동욱씨의 숨겨진 여인 그리고 그의 아들이 있다는 기사가 터져 나왔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의 머리속에 사실이 무엇일까 보다는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채 총장의 내연의 여자 그리고 아들이라고 회자되는 두 개의 보도 내용의 그 진위가 어느 것이 되던지 이제 그들의 앞으로의 생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나는 그 두 사람의 비극적인 미래를 아름다운 거짓말로 꾸며서 글이나 써 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아무래도 나 또한 거짓말을 아름답게 미화하는 DNA가 몸속에 녹아 있는 듯 한 생각이 들면서 쓴 웃음을 지었다.
“아름다운 거짓말, 이것이 한국 사회를 행복하게 하는지도 모르겠어” 이렇게 독백 하면서 말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