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사람이 그리울 때면
시골 버스를 탄다
시골 버스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황토흙 얼굴의 농부들이
아픈 소는 다 나았느냐고
소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낯모르는 내 손에
고향 불빛 같은 감을
쥐어주기도 한다.
콩과 팥과 고구마를 담은 보따리를
제 자식처럼 품에 꼭 껴안고 가는
아주머니의 사투리가 귀에 정겹다.
창문 밖에는
꿈 많은 소년처럼 물구나무선
은행나무가 보이고,
지붕 위 호박덩이 같은 가을 해가 보인다.
어머니가 싸주는
따스한 도시락 같은 시골 버스.
사람이 못내 그리울 때면
문득 낯선 길가에 서서
버스를 탄다.
하늘과 바람과 낮달을 머리에 이고
이준관·(1949- )
‘가을에 사람이 그리울 때면 ‘전문문.
오늘은 추석, 우리민족의 가장 큰 명절이니 함께 시골버스를 타보면 어떨까. 이 버스는 어머니가 싸주시는 도시락 같이 따스한 ‘고향행‘ 버스, 흙먼지 속을 달리면서 농부와 소년과 아주머니를 만나보자. 가을 햇살은 풍성하게 빛나고 바람은 싱그러운 지금, 서로 서로 안부를 묻는 이 버스에 오르시라. 호박덩이 무르익어 바알갛게 반기는 고향으로 가는 즐거운 상상의 버스가 도착했으니.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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