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6일 워싱턴DC 해군시설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 용의자를 포함한 13명이 숨졌다. 화약 냄새가 채 가시기도 전인 25일,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한인남성이 전 직장을 찾아가 총격을 가해 직원 1명이 사망하고 고용주가 중태라고 한다.
경제가 어려워진 이후 총기 문제가 빈번해지고 있다. 먹고 살기가 힘들다보니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총기소지 자유의 나라에 살면서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이런 일들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영원한 미 정치권의 숙제인 총기규제법안도 이제 물 건너가지 않았는가.
작년 12월 커네티컷 주 뉴타운의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20명과 어른 6명, 총 26명이 총격난사사건으로 희생되면서 총기 규제에 대한 여론이 확산되었었다. 올 1월 집권 2기를 시작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총기규제안 실현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설정하고 전국을 순회하며 법안 통과에 힘을 모아달라고 13차례나 연설했었다. 미국 국민 10명 중 9명이 총기규제에 찬성한다는 여론 조사가 나오기도 했고 초당적 총기규제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올 4월17일 미국 연방의회도 이 문제 앞에서 꼼짝 못했다. 400만명 규모의 회원 수를 지닌 전미총기협회( NRA) 로비로 인해 공화당 의원 다수가 반대, 총기규제 법안은 상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총기소지 자유를 명시한 미 헌법 수정조항 제2조가 살아있는 한 미국의 총기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머잖은 2015년에는 미국의 총기사고 사망자수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추월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미질병통제예방센터 자료를 보면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2% 감소했고 총기 사고 사망자수는 2000년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총기사고 사망자는 2000년 2만8,393명에서 2010년 3만1,328명으로 늘어났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이번 사건은 뉴욕 한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한인이 용의자인 총기 사고가 나면 한인들은 괜한 죄책감이 든다고 한다. 타민족들이 어찌 볼 까 싶고 한인의 이미지가 실추되며 혹여 인종적 편견을 당하지나 않을까 불안해한다. 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
엄청난 사건을 일으킨 용의자가 한국계라서, 쓸데없는 민족적 연대감으로 죄스러워 하는 것은 과민반응일 뿐이다. 이는 어떤 특수한 상황에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 일어난 사고이고, 총기소지 자유가 있는 미국에 살기에 발생한 사고이다. 미국에 한인들이 워낙 많이 와 살다보니 그 중의 한사람, 다민족이 모여 사는 뉴요커 중 한 개인이 일으킨 범죄이다.
그보다 먼저 우리는 그때 마침 사고 현장에 있다가 애꿎은 생명을 잃은 사람들의 명복을 빌고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에게 측은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할 지를 먼저 떠올리자. 총기를 소유한 사람은 경찰서에 반납하여 화근의 덩어리를 없애버려야 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집에 총이 있다 보니 부부싸움을 할 때 자꾸 생각났다, 그래서 없애버렸다”고 한다. 무서운 일이다.
그동안 일어난 총기사고를 보면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직장 내 왕따였고 전쟁 후유증이나 병고로 인한 정신적 문제를 지닌 사람, 폭력 비디오와 게임에 중독되어 망상의 세계를 살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또 소심하고 외로운 사람이 나를 좀 알아봐 줘하고 세상을 향해 화를 폭발시키기도 했다.
일주일이 되어도 말 한마디 걸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늘 혼자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낸다면, 누군가 지나면서 “밥은 먹고 다니냐?” 하고 말 한마디 따뜻하게 건네주고 친절한 미소를 보여준다면 그 순간 세상에 섭섭하여 복수할 마음을 접지 않을까.
미국에 오기 전 미국 사람들은 눈만 마주치면 ‘하이!’ 하고 인사한다고 들었다. 우리는 무표정한 한국사람 특유의 표정을 버리자. 미국에 사니 미국 사람처럼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이나 동네 산책길에 만나는 타인종에게 반갑게 인사하자. 상대방도 반가이 인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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