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 평 농장일도 척척
중증 치매환자인 시아버지 병수발도 척척
종갓집 외며느리 역할도 척척인 여자가 있다
곱상한 외모와 왜소한 체구만 보면
손끝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살 것 같은데
일일 노동량이 상머슴 저리 가라다
그 정도면 신세한탄으로 땅이 꺼질 법도 한데
볼 때마다 환하다 생색내는 법 없다
한술 더 떠 범사에 감사해한다
슬쩍 비결을 물었다
궁금하나? 하모 내만의 비법이 있재 나도 인간인데 와 안 힘들겠노
참다참다 꼭지 돌면 똥차로 냅다 뛰는 기라 거기서 싸잡아 딥다
욕을 퍼붓는 기지 나가 느그 집 종년이가 뭐가 떠받들어도 살지 말찐데
주둥이만 열면 뭔노무 불만이 그리 많노? 그리 잘하믄 늬 누이들이랑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하지 왜 나한테 미루는데? 욕만하는 줄 아나
쏙이 후련해질 때까정 고함치고 삿대질도 한다카이 그라고 나믄 뭍으로
유람 댕겨와 해가 중천인 줄도 모르고 디비 자빠져 잠든 띠동갑 황소고집
서방도 불쌍코 공주행세하는 시엄씨도 불쌍코 정신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문서란 문서 거머쥐고 호령하는 시아배도 불쌍코. 멋보다 쉰 넘은 나이에
체신머리 읍게 욕이나 씨부려쌌는 내 드러븐 팔자도 불쌍코.
손 세실리아 (1963-) ‘욕타임’
온 집안 일 도맡아 척척 해내는 종갓집 며느리에게 커피타임대신 욕타임이라는 비밀스런 타임이 있다.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혼자 실컷 욕을 하는 시간이다. 지질이도 못난 가족들에게 차마 대놓고 하지 못한 불평을 조목조목 듣자 하니 독자의 가슴 속까지 후련해진다. 욕타임이 끝나면 옷매무새 가다듬으며 다시 종갓집 며느리로 돌아오는 이 여인, 욕설까지도 후덕하시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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