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명절이면 선물을 전해 주는 중국인 이웃이 있다. 고맙게도 올 추석에도 잊지 않고 고급 중국차(茶) 한 상자를 선물로 가지고 왔다. 그런데, 그 선물을 전해 주면 그 이가 하는 말이 걸작이다.
“마침 대만제 좋은 차가 구해져서 가지고 왔습니다. 요새 중국제품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서요”그 말을 듣고 웃음이 터졌다. 중국인인 그가 천연덕스럽게 한 말이라서 더 우스웠던 모양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먹을 것을 가지고 요상한 장난을 치는 중국 상인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신문에서 읽었던 기억들이 겹쳐졌던 것 같다.
그러나, 이내 웃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 이의 말은 통렬한 풍자였기 때문이다.
어디 중국만 그런가? 한국은 어떤가? 우리 미주 한인사회는 또 어떤가? 중국처럼 기상천외하지는 못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세상이 왜 이렇게 돌아가는 걸까? 왜 점점 더 험악해지는 걸까? 왜 사람들이 이처럼 뻔뻔스러워지고, 도덕불감증에 걸린 것조차 못 느끼고 사는 걸까?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나도 모르게 서글퍼졌다. 불량상품이 판을 치고, 최소한의 기본적 윤리도덕마저 무너져 불신이 판을 치는 세상이 두렵다. 개인들의 도덕불감증이 심해지면, 결국은 불량사회, 불량나라, 불량세상이 될 수밖에 없을 텐데…왜 그렇게 변해가는 걸까? 생각해 보면 원인은 매우 간단하다. 상품을 만드는 사람이나 파는 이들이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하지 않고, 돈에만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내가 만드는 물건이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한다면 불량상품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내가 쓸 물건, 내 가족이 사용할 물건을 만든다는 마음가짐이라면 그렇게 끔찍한 엉터리 물건을 만들지도, 팔지도 않을 것이다. 실제로, 불량식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자기 가족들에게는 그런 식품을 절대로 먹이지 않는다니… 뒤집어 생각하면 바로 답이 나오는 일 아닌가.
당장 눈앞의 이득만을 탐내는 악덕이나 속임수는 결코 오래 갈 수가 없다. 그리고 불량품에 의한 피해는 나에게도 돌아오게 되어 있다. 가령, 엉터리 만두를 만든 사람이 석회 두부를 사먹어야 하는 고약한 악순환!이처럼 원인은 지극히 간단한데, 마땅한 해결책은 없으니 세상 참 어렵다. 인간의 일그러진 욕망 때문이다. 지나친 욕심은 인간의 이성과 수치심을 마비시키는 마약과 같은 것이어서,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기가 어렵다. 불량품이나 타락한 상도의도 큰 문제지만, 그런 도덕불감증이 정치나 문화, 종교, 군사, 외교 같은 영향력 큰 부분으로 번지면 걷잡을 수 없는 비극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요사이 한국의 불량정치가 국민들을 얼마나 피곤하고 화나게 만드는가.
그리고, 역사를 보면 도덕불감증으로 인한 폐해들이 수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끝없는 다툼과 잔인한 전쟁…아, 골치 아프다! 중국 친구가 선물로 준 차를 한 잔 마시고 마음을 다스려야겠다. 그리고 이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답례품으로 한국산 제품을 가져 왔습니다. 한국 제품은 무엇이든 다 믿을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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