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과 생각
▶ 김 종 영 <이태리 광학 회장>
김 종 영 <이태리 광학 회장>
크리스마스 캐롤이 흥겹게 울려 퍼지고, 산타클로스의 웃음소리 요란한 계절이 되면 가끔 엉뚱한 생각이 들곤 한다.
가장 낮고 누추한 곳에서 태어나 가장 높고 아름답고 거룩한 사랑을 보여주신 그 분의 눈에는 우리 동네가 어떻게 보일까, 으리으리한 교회당을 보시고 무슨 말씀을 하실까, 얼마나 답답하실까? 우루과이의 한 성당 벽에 이런 기도문이 써있다고 한다. 주님의 기도와는 반대로 가고 있는 세상을 안타까워하는 간절한 기도다.
<이 기도문조차 사랑해 주실 것을…>
‘하늘에 계신’이라고 하지 말라. 세상에 일에만 빠져 있으면서….
‘우리’라고 하지 말라. 너 혼자만 생각하며 살아가면서….
‘아버지’라고 하지 말라. 아들딸로서 살지 않으면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라고 하지 말라. 자기 이름만 빛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면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라고 하지 말라. 물질만능의 나라를 원하면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라고 하지 말라. 네 뜻대로 되기를 기도하면서….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라고 하지 말라. 가난한 이들을 본체만체하면서….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라고 하지 말라. 누구에겐가 아직도 앙심을 품고 있으면서….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라고 하지 말라. 죄 지을 기회를 찾아다니면서….
‘악에서 구하소서’라고 하지 말라. 악을 보고도 아무런 양심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만약 예수님께서 우리 동네에 오신다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오실까, 무슨 생각을 하실까, 가장 먼저 어디를 찾으실까, 누구를 먼저 만나 무슨 말씀을 하실까…간절한 마음으로 여쭙고 싶은 궁금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라고 하셨는데, 어째서 세상에는 다툼과 싸움과 전쟁이 그치지 않는 것일까, 그 많은 전쟁이 종교 때문에 일어나는 까닭은 무엇인가, 나쁜 놈들은 떵떵거리며 잘 사는데 왜 착한 이들은 힘겹게 살아야 하는가, 아까운 사람을 먼저 데려가시고 악한 인간들은 무병장수 만수무강하게 놔두시는 이유는… 우리 동네에 교회가 그렇게 많고 70%가 넘는 사람들이 교회에 열심히 다닌다는데 동네가 조금도 평화롭고 아름다워지지 않는 까닭은… 날이 갈수록 험하게 일그러져 가는 세상을 보노라면 너무 답답해서 성경책을 꺼내 말씀의 깊은 뜻을 곰곰이 되새기게 된다.
그야 물론 예수님께서 대답하셔야 할 일은 아니다. 모두가 사람들의 탓이니! 생각해 보면 예수님께서는 무척이나 피곤하실 것 같다. 그 수많은 인간들이 복 달라고, 돈 많이 벌게 해달라고, 언제나 이기게 해달라고, 아이들 명문학교 가게 해달라고, 병 고쳐 달라고, 교회 무럭무럭 키워 달라고, 천당 가게 해달라고, 영원히 살게 해달라고… 저마다 아우성 쳐대는 기도 소리에 얼마나 고달프실까? 당신의 뜻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미친 듯이 돌아가는 세상을 내려다보시는 마음은 또 얼마나 아프실까? 교회는 지금 우리 한인사회의 가장 중요한 기둥이다. 교회가 건강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도, 우리 개개인의 영혼도 건강할 수 없다. 영혼의 샘물이 마르면 우리도 살 수가 없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참으로 바라시는 교회가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가난하지만 예수님의 참사랑이 살아 숨 쉬는 교회, 그런 사랑을 실천하는 신앙공동체, 늘 스스로를 반성하고 스스로를 낮추는 목회자, 물질보다 깨끗한 영혼을 소중하게 여기는 성도들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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